Says/Petit cochon 52

어린시절

어린시절무쇠솥에 밥 짓고사발에 밥과 국을 담아뚝배기 된장과종지 간장과질그릇 접시 반찬으로끼니를 때웠다뒷깥 장독대 항아리에는된장, 간장이 익어가고앞마당 구석 (땅속)배추김치 김장독이 묻혀 있다.투박하지만포근함이 있고윤기없이 못생겼어도따스한 정이 있다스테인리스와플라스틱으로넘쳐나는 요즘 밥상에서바라보니투박한 질그릇이 그립다마당에서는탈곡기가 귓가에 맴도는 매미소리처럼돌아가고 도리깨질이4분음표 박자를 맞춘다누렁이 소는아기소를 애타게 부르고강아지들은 사랑싸움한다궁상이지만그시절이 그립고 그곳에 머물고 싶다2024년4월29일

Says/Petit cochon 2024.04.29

(20-07)야경꾼

밤11시 야광등 켜고 문 밖을 나선다 목덜미에 스치는 찬바람이 적막한 겨울가슴을 얼어붙게 하는데 문밖으로 새어나오는 웃음소리가 왁자지껄한 하루를 갈무리하는 이들의 평화로운 숨소리가 황량한 모퉁이 눈길 녹인다 거짓없이 욕심없이 땀흘리고 나서 안식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방위군되고 화구옆에 앉아 언몸 녹여주는 화부火夫되고 밤길 재촉하는 파수꾼된다 이집저집 둘러보면 사람 내음 오십보백보라 해도 등짐 무게 버거운 이에게는 지게꾼도 되고 낯선 곳으로 가는 이에게 길라잡이다 한밤중에 해바라기는 별바라기가 되었다

Says/Petit cochon 2022.05.02

너럭바위에서

바위에 올라서니 하이얀 포말이 백조 날개짓하고 짙은 녹음속에서 울리는 풀벌레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하는데 깔깔대는 촌로의 웃음소리가 풋세상 한시름 내려놓게 하네 인생 뭐 있나 한 잔 술에 취해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소리없이 가는듯 오는듯 부대끼며 지나가는 것 거스르지 마라 인생은 순리다 너럭바위 맴돌다 가는 회오리 물도 파도에 묻혀 더 너른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네 그래 이제 가자 그게 내가 가야할 길인거다. 피할 수도 없는 길이다 2020년 8월 9일 너럭바위 팬션에서

Says/Petit cochon 2020.08.09

(20-04)Covid 19

괴물이 나타났다 거대하고 기묘한 형상이 아니다 험상궂은 얼굴도 없다 악취도 쓴맛도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기체이고 발도 없이 눈에 띄지 않고 소리없이 날아다니니까 귀신이다 맛수도 없고 넘어야할 장애물도 없으니 거침없다 누구든지 괴물을 만나기만 하면 그는 귀신들린 몸이다 대체 누가 귀신붙은 사람인지 알수 없어 집밖에 나가지 못하고 만나더라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나타나 잡혀갈 줄 모르니 귀신 곡할 노릇이다 악당만을 골라 사정없이 때려잡아 먹잇감으로 삼으면 좋으련만 야속하게도 그렇지는 않다 괴물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을 가려야 하고 똥 묻은 손 닦듯이 손을 비누로 씻어야 한다 학교도 교회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괴물이 나타날까 두려워 벌벌 떨고있다. 괴물이 다른 괴물과 서로 멱치기하는 사..

Says/Petit cochon 2020.06.10

(20-06)절벽앞에서

찢어지는 아픔이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사지가 찢기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걸어온 구비길은 구릉이었는데 다시 넘어야할 고개는 까마득히 험준합니다 돌아갈 수도 물러설 길도 없습니다 어깨위에는 짊어질 무게 보다 무거운 짐이 허리를 굽게합니다 절망 속 눈물 한탄의 한숨소리 인고의 한걸음 또 한걸음 옮기다 보니 소중한 깨달음이 거기 있네요. 끝이 보이는 희망의 순간이 다가오는 겁니다 그 희망이 새로운 힘을 얻게하고 다시 시작하게 합니다 고통과 절망 다음에 이어지는 희망은 곧 수많은 고비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입니다 인고의 땀방울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하는 흔적이겠지요. 2020. 06. 07

Says/Petit cochon 20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