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실개천에 비친 마음 11

졸업식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교정에 들어선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별 앞에 섰습니다 체온을 나누어 주고 교문을 나서려니 까닭 없이 눈물까지 납니다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추억을 덮으며 지친 내 영혼을 눕혀 보려 해도 스쳐가는 얼굴들을 몰래 불러 보니 허공의 메아리뿐이긴 해도 떠나보낸 후 새 길손 맞는 객사주인처럼 빈자리 채워줄 또 다른 낯선 만남이 기다린다 해도 석별은 아쉽기만 합니다 오늘도 입학식 그날처럼 교정에는 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정든 제자들과 헤어진 졸업식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운동회

하늘 가득채운 오색 만국기 아래 일렁이는 물결 파동과 나풀대는 나비 떼가 양 날개 춤을 춘다 무릎 팍 벗겨지도록 부딪히고 넘어지며 치열하게 달리는 선수들 뒤로 함성과 탄식이 고저음의 화음을 맞춘다 용맹스런 전사가 전쟁터에서 승리한 후 기세 등등 달려 들어오는 풍선문은 파리의 개선문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다 어린이가 청년 되고 청년이 어른 된다 아이들은 미래이고 희망이다 바라보노라니 믿음직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가슴 뿌듯하다 어린이는 나라의 동량이다

횡단보도에서

초록색 신호등이 켜지면 앞을 보고 걷지만 왼쪽 보고 오른쪽 살피며 조심스레 길을 건너야하지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돼 사노라면 앞을 바라보고 거침없이 질주해야 하지만 포용과 배려의 혜안으로 차별과 망집 없는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도 밝은 곳과 어두운 곳도 고루 헤아려 보아야하지 굳이 마음 졸이며 안달하지 않아도 지나간 씁쓸한 기억에 발목 잡히지 않아도 돼 이내 빨강색 신호등은 모두를 거부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