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정 하나 엄청난 집중력과 섬세한 솜씨가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는 마치 시간이 멈춤 듯, 수백 년간 장인에서 장인으로 이어져 내려온 바로 그 방식으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가죽 장인을 바라보며 우리 삶도 저렇게 정성스럽고, 배려가 넘치며,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에 휘둘리지 않기를 빌었다. 저물어 가는 피렌체의 밤, 나는 두우모 성당 주변을 하염없이 걸으며 골목길의 두우모,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 사이로 번저가는 두우모, 멀리서 바라본 두우모를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피렌체를 지금까지 지켜온 힘은 단지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저 은발의 가죽장인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말없이 소중한 것들을 꿋꿋하게 보살펴온 사람들의 소리없는 열정임을 느끼며. ~ 정여울 / 내성적인 여행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