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Poems

정이품송 1/임헌부

Peter Hong 2015. 12. 28. 05:20

정이품송 1/임헌부

 

연(輦) 걸릴세라

임금의 염려를 덜어주던

조선의 소나무

 

한양 햇볕 고루 받아

우산처럼 펼치던 기품

그 언제런가

 

보은 법주사에 연이 닿아

벼슬관직 다 버리고

크고 작은 역사를 겪으며

속세를 떠난 지 600년

 

풍 맞은 반신불수

숨을 곳도 없는 길가에 서서

천황봉을 향한 불심에

제 몸 꺾어 공양을 한다

 

송이 향내 묻어오고

적 단풍 물 흐르면

돌 판 연혁을 보듬다가

지팡이만 늘어가는 것을

 

바람 날카로운 날

완급 없이 일렁이는 풍경소리에

떠날 날이 계산된 듯

미륵불도 차마 눈을 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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