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 1/임헌부
연(輦) 걸릴세라
임금의 염려를 덜어주던
조선의 소나무
한양 햇볕 고루 받아
우산처럼 펼치던 기품
그 언제런가
보은 법주사에 연이 닿아
벼슬관직 다 버리고
크고 작은 역사를 겪으며
속세를 떠난 지 600년
풍 맞은 반신불수
숨을 곳도 없는 길가에 서서
천황봉을 향한 불심에
제 몸 꺾어 공양을 한다
송이 향내 묻어오고
적 단풍 물 흐르면
돌 판 연혁을 보듬다가
지팡이만 늘어가는 것을
바람 날카로운 날
완급 없이 일렁이는 풍경소리에
떠날 날이 계산된 듯
미륵불도 차마 눈을 뜨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