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Poems

산정(山頂)에서/임헌부

Peter Hong 2015. 12. 28. 05:15

산정(山頂)에서/임헌부

 

 

몇 억겁을 짓누르는

악어 등 같은 산등성이

무념무상 존재의 꼭짓점에

최고의 권좌를 찍고

 

가을 단풍에 물들지 않고

가벼운 생명 하나 품지 않는

뚜렷한 신분으로

 

자신의 이름도 잊은 채

메아리 맞받아칠 수도 없는

세월 찌든 몰골로 수담을 나눈다

어쩌다 예까지 왔수

더 이상 오를 일은 없소

하산할 일만 남았소

 

깊이 잠든 천년 바위

쌓여가는 돌무더기

다시 잔돌로 살아가는 돌탑

 

세간을 지나는 바람이

살갑게 부서지는 물소리에

연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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