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Poems
전봇대/임헌부
늦게 귀가하는 날은
키 크고 무뚝뚝한 사내가
골목 어귀에서 기다린다
이웃들이
저녁 냄새를 담아버리고
연탄재를 쌓던 곳
개들이 영역을 표시하고
고양이가 비닐봉지의 정곡을 찌르고
주정뱅이가 오줌을 갈기는 골목길
전깃줄도 느슨해진 밤
불빛에 이끌려 내리는 눈발에
서로 웃고 서 있는 전봇대
생활의 이정표가 되어
기둥 하나를 끌어안고
동네일을 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