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Poems

전봇대/임헌부

Peter Hong 2015. 12. 28. 05:17

전봇대/임헌부

 

늦게 귀가하는 날은

키 크고 무뚝뚝한 사내가

골목 어귀에서 기다린다

 

이웃들이

저녁 냄새를 담아버리고

연탄재를 쌓던 곳

 

개들이 영역을 표시하고

고양이가 비닐봉지의 정곡을 찌르고

주정뱅이가 오줌을 갈기는 골목길

 

전깃줄도 느슨해진 밤

불빛에 이끌려 내리는 눈발에

서로 웃고 서 있는 전봇대

 

생활의 이정표가 되어

기둥 하나를 끌어안고

동네일을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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