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이라는 책이 있다. 영국작가로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디어드 키플링이 인도에서의 체험을 소재로
1894년에 펴낸 픽션이다. 10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서점가에서 해마다 비슷한 판매고를 기록할 정도로 많이 읽히고 있는 이 소설은 늑대 젖을
먹고 큰 소년이 늑대사회와 인간사회를 오가며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소설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그렇게 성장한 아이가 인간사회에 결코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이 실증됐다.
놀랍게도 소설의 배경인 인도정글에서 이 책이 발간된 지 26년 뒤인 1920년, 늑대가 키운 두 명의
소녀가 발견됐는데 이들이 산증인이었다.
교육자들과 목사부부가 사람답게 만들려고 애를 썼지만 한 명은 1년 만에죽고 다른 한 명은 9년밖에
더 살지 못했다. 그나마 9년 동안 배운 것이라고는 단어 45개와 겨우 포크를 사용해 음식 먹는 방법 정도라니 뒤늦게 인간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엊그제 외신이 소개한 칠레판 ‘개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10여 마리 들개들과 함께 항구도시 근처
동굴에서 생활해온 11살짜리 소년은 어린 시절 버려졌을 때 암캐가 데려가 젖을 먹여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성격은 들개처럼
사납게 변해 있었는데 역시 지능발달이 멈춘 상태라고 한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는데도 성장환경에 따라 이처럼 학습의 성과가 달리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자들은 신경의 기본단위인 뉴런이 체계화되고 이를 통해 사고와 관념이 형성되는 특정기간에 교육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늑대인간에 대한 연구 이후 선진국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유아교육이다. 어린이들이 특정
시기에 특정 지식을 배우지 못할 경우 훗날 국가 전체의 지적인 손실이 가공할 수준에 이른다는 판단에서였다. 미국 같은 선진국이 유아교육부터
철저하게 공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런 판에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규제와 획일화로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는 걱정의 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늑대소년?의 교훈을 어찌할 것인가.
그것은 늑대소녀를 통해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20년 인도
정글에서 두 늑대 소녀가 발견되었다. 이들은 대략 1살과 8살로 추정되는 여자아이들이었다. 이들을 키운 미도나 풀이라는 목사 부부에 의해 그들은
아말라와 카말라라고 불리워졌다. 이 아이들은 분명히 인간의 모습인데도 인간처럼 행동하지 않고 늑대처럼 네 다리로 기어 다니고, 생고기를 좋아하고
먹을 때도 손으로 먹지 않고 직접 입으로 먹었다. 목사 부부는 이 소녀들을 인간답게 행동하도록 교육을 시켰지만 아말라는 1년도 채 못되어
사망했고, 까말라는 1929년 요독증에 걸려서 죽을 때까지 9년 동안 겨우 직립보행과 보통 사람처럼 먹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45단어의 말을
배웠다. 이처럼 아무리 인간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인간으로 교육받지 못하면 인간이 되지 못한다. 인간은 인간사회에서만 그 존재가 규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줄
수는 있어도 여전히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는 무어라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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