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이해 학보특강(2014년, 합본)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의 개념
문학은 무엇인가? 수백 년 동안 논쟁이 되어왔던 주제이다. 구조주의자인 토도로프에 의하면 유럽의 언어 에서‘문학’이란 용어가 그 실제적 의미로 나타난 것 은 최근의 일이라고 말했다. 겨우 19세기가 되어서야 등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문학과 같은 실체가 정말 로 존재한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경험에서 온다. 우리는 중등학교에서 그리고 대학에서 문학작품을 공부한다. 우리는 전문잡지 속에서 그런 유형의 서적들을 찾는다. 또 우리는 일상 대화에서 문 학작가를 인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문학이란 실체 는 사회적이고 상호주관적인 관계들의 차원에서 기능 하며, 바로 이 점이 반박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실체의 첫 번째 파악을‘기능적’이라고 부르게 된 다. 이는 문학을 보다 넓은 체계의 요소로 동일시하는 것이며, 바로 그 요소에 의해 통일성이 만들어진다. 두 번째의 것은‘구조적’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문학에 대한 기능적 정의는 수없이 많다. 그 길이 항상 사회학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 다.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가 시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 그도 똑같이 기능적 개념을 파악하고 있었다. ‘예술은 진리의 실행이다’, 혹은‘시는 말을 통한 존재 의 구축이다’라고 말하는 것, 그것은 그 임무를 수행하 는 데 알맞은 특수한 메커니즘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 은 채 예술이나 문학이 되어야만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염원을 표명한 것이다. 존재론적 기능일지라도 역시 기능인 것이다.
대략 고대로부터 18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서구예 술 이론가들의 저작에서 똑같은 정의가 때론 암시적으 로 때론 명시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좀 더 가까이에 서 들여다보면 그 정의는 편차가 있는 두 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적으로 예술은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하나의 모방이다. 회화가 이미지를 통 한 모방인 것과 똑같이 문학은 언어를 통한 모방이다. 특이한 것은 무엇을 모방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반드시 실재하는 것을 모방 하는 것이 아니라, 꼭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허구적인 것들을 모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허구이다. 바로 이것이 문학에 대한 구조적 정의이다. 우리는 아 리스토텔레스가 <시는 오히려 일반적인 것을 이야기하 고, 역사는 특별한 것을 이야기한다>『( 시학』)고 확언 하도록 이끈 것은 바로 이 문학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최초의 근대적 논리학자인 프레게 (Frege)가 말한 것처럼 문학텍스트는 진실도 거짓도 아니고, 정확히 말해서 허구적인 것이다.
또 하나 문학의 구조적 정의에서의 특성은 문학은 ‘체계’라는 점이다. 문학에서는‘즐겁게 하다’가‘교 훈을 주다’보다 우위에 선다. 18세기 말경부터 작품의 도구적 특성이 아닌 자동적 특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미의 개념이 정제된다. 모리츠(K. P. Moritz)는“참된 미는 그 자체만을 의미하고, 가제만을 지칭하며, 자체 만으로 이루어지는, 전적으로 자기 완성적인 어떤 것 으로 구성된다.”고 정의를 내렸다. 요컨대 문학이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비도구적인 언어로 된 것이 다. 혹은 노발리스의 말처럼 문학은‘표현을 위한 표 현’이다. 이러한 입장은 독일 낭만파에 의해 옹호되는데, 상징주의자들이 그 입장을 넘겨받게 된다. 그것은 유럽의 상징주의와 후기 상징주의 운동 전체에 위력을 떨치게 된다. 또 그것은 문학의 과학을 창조하고자 하 는 최초의 근대적 시도(러시아형식주의, 신비평 등)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일찍이 기능적 의도는 하나의 구조적 관점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 무엇보다도 어떤 한 가지 양상이 작품 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끔 기여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작품의 체계적 특징이다. 디드로는 이미 미에 대 해 그런 식의 정의를 내렸으며, 그 뒤를 이어‘미’라는 용어가‘형식’이란 용어로 대체되고, 그‘형식’이 이 번에는‘구조’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형식 주의적 문학 연구는 문학적 체계, 작품의 체계에 대한 연구로 평가될 것이다. 문학은 그러므로 하나의‘체 계’이다. 다시 말해 문학은 체계 그 자체에 대한 관심 을 이끌어냄으로써 자기 목적적인 것이 되는 체계적 언어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에 대한 두 번째 구조적 정 의이다.
문학의 개념과 관련하여 하나의 총칭적 개념을 도입 해야 한다. 바로 담론의 개념이다. 그것은 언어의 용법 이라는 기능적 개념의 구조적 대응물이다. 이것이 왜 필요한가? 언어는 어휘와 문법 규칙들을 가지고 문장 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문장은 담론적 기능의 출발 점일 뿐이다. 그 문장들은 서로서로 연접되고,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언술될 것이다. 담론의 가능 한 모든 약호화 중에서 한 사회가 행한 선택이 이른바 장르의 체계를 결정한다.
문학으로서의 텍스트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 는가? 사실 문학에 대한 개념정의를 내리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동안 워낙 다양다기한 방법론이 제 기되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간단하고 명료하게 정 의를 내린 것이 바로 문학은 언어예술이라는 명제이 다. 그것은 문학이 전통적으로 과학이나 실용적인 지 식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예술에 속하기 때문이다. 문학의 매체는 언어이다. 문학의 매체인 언어는 회화 나 조각의 매체인 시각적 징표나 음악의 매체인 소리 와 구별된다.
또 하나 문학에 대한 개념정의로서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문학은 삶의 재창조라는 해석이다. 아리스토 텔레스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인간의 삶은 자연의 모 방이다. 또 예술은 인간의 삶을 재현한다. 그러므로 문 학은 자연의 모방인 셈이다. 즉 문학은 사물 그 자체, 자연의 실재, 삶의 원리 등 이른바 삶의 현실을 언어로 재현 또는 재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한다면, 문학이란 단어는 아무 문제성이 없 이 정확하게 정의될 수 있는 단어처럼 흔히 사용되지 만 사실상 이 용어의 정의는 그 규모나 전제에 있어서 매우 다양하다. 문학의 현대적 정의는 극히 협의의 것 이다. 예를 들어 17세기 프랑스에 있어서는 우리가 오 늘날 문학 텍스트라고 부르는 텍스트들은 좀 더 넓은 범위의 문학 일반(letters)의 일부에 불과했는데, 이때 에는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문학적 또는 비문학적 기술물이라는 구분이 없었다. 이러한 의미의 차이에서 끌어 낼 수 있는 한 가지 결론은 소위 제도로써의 문학의 정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문학을 다 른 어떤 종류의 사회적·문화적 제도와 근본적으로 똑 같은 것으로 보고 문학을 산출하는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서 문학도 그 성격과 기능이 변화했다고 보는 것 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론가들은 그러한 역사주의적 태도를 배격하고 그 대신 문학의 보편적 정의를 고안 해내거나 시나 언어예술 등의 상관적 범주에 대한 보 편적 정의를 내리려 한다. 이러한 정의들은 여러 가지 로 방식이 다르다. 우선 문학의 특수성을 설정하기 위 한 기준으로써의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 어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문학의 변별적 특성에 모 든 것의 중심을 둔 데 반하여 어떤 통속 마르크스주의 자들은 문학을 상위 구조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론은 문학텍스트의 형식적 속성 의 평가를 포함하게 된다. 왜냐하면 아무리 간략한 문 학의 정의에도 형식 개념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는 것 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일반적으로 일상적인 소통에서 사용되는 것보다도 일정한 정형과 조직을 가지고 있는 메시지라고 간주된다. 그러나 문학의 이 러한 형식 요소에 주어지는 기능은 학설에 따라 다르 다. 문학의 내용을 중시하는 문학관에서는 형식은 장 식적이거나 보조적인 것으로밖에 간주되지 않는다. 그 러나 약간 복잡한 모델에서는 재현이라는 부담이 형 식 자체에 주어져 내용은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말해 진 방식으로써 규정된다. <신비평가>들이 바로 그런 견해를 가진 전형적인 실례다. 문학의 비문학적 내용 을 경시하는 다른 이론들은 텍스트 내에서의 어떤 재 현적 기능보다도 형식적 특질을 상위에 둔다. 그리하 여 내용 위주의 이론에서 형식이 경시 당했듯이 내용 을 부수적인 것으로 본다. 형식의 집착은 일반적으로 문학의 변별적 특성을 확립하기를 열망하는 이론들의 특징이 되고 있다.
텍스트와 작자
문학을 정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문학을 작가와 관련시켜 해석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문학은 작가의 창조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영감의 궁극적인 원천 이 어떤 것이든 그것은 한 특정 개인의 창작물이기 때 문이다. 그만큼 문학은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수정하 고 종합하는 상상력의 과정이다. 한편으로 문학작품이 란 원래 내적인 것의 외면화다. 작가 자신의 특수한 체 험이 작품이 된 것이다. 특수한 체험이란 주관적인 것 이다. 하지만 주관적 체험은 이성에 의한 객관화의 과 정을 거치기 이전 상태, 즉 감정의 지배하에 있는 상태 이다. 감정이 지배하고 있는 주관적 체험이 문학이 되 기 위해서는 표현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 로 표현이란 감정의 충동 밑에 작용하는 창조적 과정 에서 이루어지며 작가의 사상과 감정의 복합물의 형상 화다.
전기 문학은 옛날부터 문학 연구에 있어서 큰 역할 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신비평가>들이 의도적 오 류(intentional fallacy)라는 논점을 제기한 이래로 전기는 문학텍스트의 연구에 사실상 방해가 된다고 간주되어 왔다. 좀 부정확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문학 연구에서 그 작자에 대해 얼마만큼의 중요성이 주어 지느냐 하는 것과 문학 고유의 특성에 주어지는 중요 성과는 반비례의 관계를 갖는다. 그러므로 문학적 특 성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론은 작자에게 부수적인 역 할밖에 부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신비평가들>과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모두 문학 연구의 독자성을 확고히 하고 또 문학 연구를 역사학이나 심리학의 하 위 형식으로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작자를 격하시켜 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자를 중심 논거로 보는 이론에 서는 어떤 텍스트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의 향이 어느 정도 의식적이냐 하는 것이 그리고 작자에 게 명확하게 그런 의향이 없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설 명하느냐 하는 것이 주요 논점이 되어 변화가 생겨난 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자들>과 고전 적 <프로이트 학파>는 이 문제를 명백히 다르게 설명 하고 있다.
텍스트와 독자
시를 기능과 효용 면에서 본 시각은 동서를 막론하 고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닌다. 이러한 시각은 문학을 독자와의 연관성 속에서 파악하는 방법이다. 예로부터 대다수 사람들은 시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교훈 적인 것을 준다고 생각해왔다.
최근까지만 해도 독자는 문학적 소통의 틀에서 가장 경시되는 요소였다. 독자가 그처럼 경시되어 온 주요 원인은 의심할 것도 없이 문학이론의 대다수가 그 이 론의 과학으로써의 지위에 중점을 두어 왔다는 것이었 다. 왜냐하면 문학에 대한 주관적 반응에 포함되는 가 변적인 요인은 어떤 종류의 엄격한 이론에서도 요구되 는 체계적 조건과는 맞아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점을 확실하게 느낀 사람들이 <러시아 형식주 의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특히 이 주관적 반응을 비과학적이라고 해서 그들의 이론에서 배제해버렸다. 그러므로 그들의 이론에서는 독자는 다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에 의하여 확정되는 텍스트의 특질을 수동적으로 관망만 하고 있으면 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독자의 반응에 대한 관심과 과학적 목표를 결합시킨 것은 리차즈의 남다른 점이다. 그러나 독자에 대한 그 의 견해는 다소 순진한 심리학적인 견해였다. 그러다가 근래에 와서 문학이론에서 독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 아지면서부터 독자의 역할은 난해한 용어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현상학적 영향을 받은 콘스탄스 학파의 독자 이론에서는 독자에게 순전히 개인적인 심리적 정의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역사적으로 결정되는 기능을 갖는 것으로 인정된다. 즉 텍스트가 읽히는 방 식 그 독자들의 역사적·문학적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통찰이 롤랑 바르트의『S / Z』에 도 나타나 있다. 여기에서 그는 독자들의 문화적·문학 적 경험이 텍스트가 실제로 쓰여지는 방식에 영향을 끼 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공연히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 결과로 독서의 문화적·문학적 규범이 그대로 승인되거나 전복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들 에서 보면 독자는 문학텍스트로부터 수동적으로 영향 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능동적이고 교호 작용적 인 과정에 참여한다. 자크 라깡은 이 상호주관적인 독 서의 기반을 자신의 이론에서 중심으로 삼고 있는데, 그는 그것을 역사적 맥락에서 끌어내어 보다 심리학적 또는 언어심리학적인 맥락으로 되돌려 놓는다. 그는 의 미를 결정하는 것은 그 작품의 작자가 아니라 독자가 의미 구성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개별적인 괴팍스러움이라는 문제만 아니라면 문학이론은 어디까지나 엄정하게 독자의 역할을 조절 해 나갈 수 있음에 틀림 없고 그 역할은 여러 가지 방식 으로 이론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텍스트와 현실
여기에서의 현실은 물질적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구체적 세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 독립적 으로 존재하는 철학적·심리학적 현실까지도 포함한 다. 문학이론가에게 문제는 텍스트와 이 현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공식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어떤 관계라는 것이 있는가? 그 관계는 직접적인가 간접적 인가? 재현적 관계인가 발생적 관계인가? 현실의 어떤 국면이 환기되는가?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문학이란 어 떤 방식으로든 사회적·정치적 현실과 묶여 있다고 주 장할 것이고 정신분석학적 이론은 문학이란 무엇보다 도 심리적 현상을 재현한다고 가설을 내세울 것이다. 또 문학이란 것은 직접적인 진술에 의하여 지시적으로 현실과 관련지어지는가? 그렇지 않으면 <신비평가들> 의 실험적 현실에 대한 주장이나 루시앙 골드만의 사 회적 현실에 대한 주장과 같이 형식 특성을 통하여 간 접적으로 현실이 재현되는가? 또는 문학이란 현실에 대하여 부정적이며 파괴적이기까지 한 관계도 갖는 것 인가? 하는 문제도 제시할 수 있다.
< 2 강 >
<문학의 이해> 이번 특강에서는 교재 2장 ‘시론(詩論)’ 의 핵심 용어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연습문제를 수록했습니다. 주요 개념의 뜻과 용법을 이해하고 연습문제를 풀면서 교재와 강의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기 바랍니다. |
<일상어, 과학언어와 시어(詩語)>
문학은 언어예술이다. 시, 소설, 희곡, 비평 모두 언 어를 재료로 하는 문학의 갈래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시는 언어의 사용방식이나 기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 하는 장르이다. 워즈워스(Wordsworth), 무카로브스 키(J. Mukarovsky) 등 여러 학자들과 시인들의 탐구 에 따르면, 시의 언어와 일상어 사이에 근본적 속성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용법과 기능, 궁극적 목표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즉, 일상어, 과학언어에 서는 지시 대상을 어김없이, 정확하게 지시하고 전달 하는 것이 중요한 반면, 시의 언어는 얼마나 효과적으 로 정서를 빚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주로 염두에 두고 사용된다. 이에 관해 I. A. 리처즈(Richards)는‘언어 의 과학적 용법’과‘언어의 정서적 용법’이라는 용어 로 두 언어의 목적과 쓰임의 차이를 설명한다. 일상어 와 과학언어가 정확한 의미의 전달을 목표로 하는 반 면, 시의 언어에서는 정서의 전달이 중요하며 언어의 의미뿐만 아니라 물질적 속성을 중요시한다. 또한‘진 술’과‘의사진술’이라는 용어를 통해서도 일상어, 과 학언어와 시의 언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진술의 언어’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언어, 즉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언어이며, 이에 비해‘의사진술의 언 어’는 진술의 형태를 지니면서도 그 진위를 분명하게 판단할 수 없는 언어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내 마음 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김영랑)라는 시구는 그 의미내용이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거나 뚜렷 한 윤곽으로 나타나는 실체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하 지만, 명확히 잡히지는 않으나 엄연히 실재하는 감각 적 체험이나 미묘한 기분, 감정 등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 언어는 진술과 대응하는 또 하나의 범주 로서‘의사진술’이라는 용어로 설명될 수 있다.
[문제] 다음 중‘언어의 과학적 용법’과‘언어의 정 서적 용법’에 관한 설명으로 바르지 않은 것은?
①‘언어의 과학적 용법’은 일상어와 과학언어의 목 적과 쓰임에,‘언어의 정서적 용법’은 시어의 목 적과 쓰임에 해당된다.
②‘언어의 과학적 용법’에서는 지시대상을 정확하 게 지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 시의 언어에서는‘언어의 정서적 용법’에 치중하기 때문에 언어의 의미 전달은 중요시하지 않는다.
④‘진술’과‘의사진술’이라는 용어를 통해서도 일 상어, 과학언어와 시의 언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답. ③
<언어의 내연(內延)적 의미와 외연(外 延)적 의미>
시의 언어와 일상언어의 쓰임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인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내연적 의미와 외연적 의미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외연적 의미란 사 전에 정의된 대로의 말의 일반적 의미를 가리킨다. 그 에 반해 내연적 의미란 어떤 특정한 문맥 속에서 독자 가 외연적 의미 이외에 파악, 감지하도록 되어 있는 의 미를 가리킨다. 달리 설명하자면, 한 낱말의 외연이란 바로 그 낱말이 표시하고 있는 단일한 의미이다. 이와 달리, 한 낱말이 어떤 단일한 의미를 표시할 뿐만 아니 라 그 쓰인 문맥상으로 보아 동시에 다른 여러 뜻을 암 시하거나 내포할 때, 즉 함축할 때 이를 내연이라 한다.
[문제] 다음 중 언어의 내연적 의미와 외연적 의미에 대한 설명에 해당되는 것은?
① 언어의 외연적 의미는 곧 언어의 함축적 의미를 가리킨다.
② 한 낱말의 내연이란 바로 그 낱말이 표시하고 있 는 단일한 의미이다.
③ 내연적 의미란 사전에 정의된 대로의 말의 일반 적 의미를 가리킨다.
④ 시의 언어는 개념 지시의 차원을 넘어선 언어의 상태를 지향한다.
답. ④
<함축성과 애매성>
앞에서 설명한 언어의 내연적 의미는 곧 언어의 함 축적 의미를 뜻한다. 함축적 의미는 언어의 지시적 기 능을 넘어선 차원에서 쓰여진 언어로서, 언어가 단일 한 의미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틀을 떠나서 동시 에 다른 여러 뜻을 암시하여 다양하고 창의적인 분위 기와 의미를 창조하도록 사용된다. 정리하자면, 함축성 이란 하나의 기호 속에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와 분위 기, 상징들이 한꺼번에 녹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가 끊임없이 살아 나오게 만드는 힘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함축성은 단순히 언어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언어가 암시하는 분위기, 다의성, 상징 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시의 수사학의 일종인 알 레고리, 비유, 상징 등은 모두 언어의 함축적 사용의 결 과라고 볼 수 있다.
애매성의 서양 원어는 ambiguity로서 이 말은‘두 길로 감’이라는 뜻이다. 만약 일상에서 우리가 두 가지 길을 동시에 선택하여 그 길을 간다면 적지 않은 혼란 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시의 경우는 다르다. 시에서 는 하나의 길이 아니라 둘 이상의 길을 선택하여 의미 를 풍부하게 하고 미묘함과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애 매성은‘뜻겹침’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하나의 문장이 나 단어에 뜻이 겹쳐 있는 것과 의미가 불분명한 것은 엄밀히 다른 차원에 속한다.‘뜻겹침’은 의미가 복합 적인 것이며,‘불분명’한 것은 무슨 의미인지 명확히 알 수 없음을 뜻한다. 시어의 애매성은 의미가 불분명 하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미가 복잡하게 겹쳐 있어 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시 에서 애매성은‘결함’이 아니라 일종의‘능력’이다.
함축성과 애매성은 시어의 다의성, 암시성, 그 뜻의 테두리가 모호함 등을 설명하는 단어라는 점에서는 동 일하다. 다만 시어의 특성을 설명하는 방식과 차원이 다르다.‘함축성’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시어의 특성 을 설명하고 있는 반면,‘애매성’은 함축성을 강화하 는 방법으로서 함축성의 연관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함축성’이 언어가 지시적 의미에 한정되 지 않고 그것을 넘어선다는 차원에 중점이 두어진다 면,‘애매성’은 둘 이상의 의미를 암시한다는 것이 풍 부한 시적 자질이라는 점을 옹호하기 위해 시론의 용 어로 적극 활용되었다.
시는 한 번 읽었다고 그 생명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읽히면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 가 시어의 ( )이라고 할 것이다. ( )이란 하나의 기호 속에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들이 한꺼번에 녹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 운 의미가 끊임없이 살아 나오게 만드는 힘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
[문제] 다음 빈 칸에 공통으로 들어갈 말은?
① 함축성 ② 사물성
③ 애매성 ④ 정서성
답. ①
<시인과 화자>
서정시는 흔히 일인칭 화자의 독백적 진술이라는 형태를 띤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이때, 시 에 등장하는‘나’, 즉 화자는 시의 창작자인 시인과 동일한 존재일까?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면, 시인과 화 자는 같으면서도 같지 않고, 같지 않으면서도 같다. 그렇다면 시인과 화자는 어떤 면에서 서로 같지 않을 까? 시에 등장하는‘나’는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서 만 들어진 존재, 새롭게 창조된 존재이다. 시인의 경험적 자아를‘화자’에 덮어씌운다면 시의‘화자’는 결코 창조될 수 없다. 시의‘나’, 즉 화자는 그 안에 수많은 ‘나’의 체험과 정서를 담지하고 있는 보편화된 존재 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에서 <아네스의 노래>를 창작한 시인‘미자’는‘아네 스’의 삶과 죽음, 그리고‘아네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신의 손자와 친구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한 뒤에야 비로소‘화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자신 이 아닌‘다른 사람’이‘됨’으로써 시의‘화자’의 목 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이 될 때에만 비로소 진정한‘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서정시의‘화자’가 지닌 비밀이다. 이때 그‘나’의 근 원이 시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그런 면에 서 시인과‘화자’는 동일한 인물은 아니라 하더라도 서로 일정한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시인과 시에 등장하는‘나’는 같으면서도 같지 않고, 같지 않으면서도 같은 역설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 다.
[문제] 다음 중 시의‘화자’에 관한 설명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① 서정시는 흔히 일인칭 화자의 독백적 진술이라는 형태를 띤다.
② 시의‘화자’는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존재이다.
③ 시의‘화자’는 시인의 경험적 자아와 완벽히 일 치된 존재이다.
④ 시인과‘화자’는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역설적 관계에 있다.
답. ③
<동화(同化)와 투사(投射)>
서정시가 추구하는 조화와 합일의 상태를 시적으로 구현하는 원리가 동일화의 원리이다. 동일화의 원리에 는‘동화’와‘투사’가 있다.‘동화’란 시인이 세계를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서 그것을 내적 인격화하는, 이른바‘세계의 자아화’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실제 로는 자아와 갈등의 관계에 있는 세계를 자아의 욕망, 가치관, 감정에 적합한 것으로 만들어 동일성을 이룩 하는 작용이다. 이 경우 실제의 세계는 자아와 대립· 갈등의 관계에 있지만, 상상 속에서의 그것은 자아화 되어 동일성의 관계에 놓인다.‘투사’는 자신을 상상 적으로 세계에 투사하는 것, 곧 감정이입에 의해서 자 아와 세계가 일체감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방법이다.
[문제] 다음 중‘동화’와‘투사’에 관한 설명으로 옳 은 것은?
①‘투사’는 세계의 자아화를 말한다.
②‘동화’는 감정이입에 의해서 자아와 세계가 일체 감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③‘투사’는 시인이 세계를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 서 인격화하는 것을 말한다.
④‘동화’와‘투사’모두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을 추구하는 방법에 해당된다.
답. ④
<이미지>
이미지(image)라는 말은 철학과 심리학 분야에서주로 사용되었다. 철학에서는 이 말을 실체의 환영 또는 대체물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했고, 심리학에서는심리적 체험의 부산물로 파악했다. 시에서의 이미지가철학, 심리학 등의 분야와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언어를매개로 한다는 점이다. 시의 이미지는 단지 감각적 경험이나 그것의 직접적인 모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언어에 의해 재생된 감각적 경험을 가리킨다. 이런의미에서 루이스(C. D. Lewis)는 이미지를‘언어로그린 그림’이라고 하였다. 시인은 자신의 체험을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기시킨다.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선명한 감각적 경험을 일깨우는 것이다. 예를들면, 이장희의 시「봄은 고양이로다」에서는‘봄’의향기, 열정, 나른함, 활기 등 봄이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분위기와 체험을‘고양이’의 특징적 모습을 통해다양한 지각 이미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한 편의시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게 하는 원천은 바로상상력이다. 시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단순히 사물이나현상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된 것이다. 상상력이 이미지 형성에 개입하는 유형에 따라 이미지의 종류를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지각이미지, 비유적 이미지, 상징적 이미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 다음 중 이미지에 대한 설명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① 시의 이미지는 언어에 의해 재생된 감각적 경험을 가리킨다.
② 이미지는 문학 분야에 국한된 전문 용어이다.
③ 시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게 하는 원천은 상상력이다.
④「봄은 고양이로다」는 지각 이미지가 선명하게 구현된 시이다.
답. ②
<이미지즘>
간혹 이미지와 이미지즘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미지는‘언어로 그린 마음속의 그림’이라고 한다면, 이미지즘은 특정한 문예사조나 시운동을 가리킨다. 역사적으로 이미지즘은 1910년대 일단의 영미 시인들이 일으켰던 시운동이나 그들이 추구한 특정한 시의 경향을 가리킨다. 이미지스트들은 19세기 낭만주의를 배격하며, 마치 벽돌을 쌓아올리는 듯한 정밀감과 절제력을 요구하는 고전적태도를 추구하였다. 영미 이미지즘을 이끈 에즈라 파운드는“많은 양의 작품들을 내놓는 것보다 일생에 걸쳐 하나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낫다”고말할정도로 시의 이미지를 중요한 요소로 여겼다. 이미지즘 운동은 19세기 영미시의 전통을 청산하고 이른바 현대시의 시대로 넘어오는 결정적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이미지스트들은 낭만적이고 사색적이거나 감동이 쇠퇴한 시적 언어가 아닌, 현실감이 있는‘산 언어’로시를 쓰자고 주장했다. 당대로서는 일종의 전위적 운동이었다. 한국 시단에 이미지즘이 본격적으로 도입된것은 1930년대이다. 1930년대 이미지즘의 대표적 비평가였던 김기림은 시에서‘감정’을 음악성과 연결시키고‘지성’을 회화성과 연결지어 설명하며, 이미지즘과주지주의적인 태도를 관련시켰다. 김기림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미지가 현대적인 시의 요건이라고 생각했고,현대성을 구현한 당대의 대표적 시인으로 정지용을 높이 평가했다.
[문제] 이미지즘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김기림이 소개한 한국의 이미지즘은 주지주의와결합된 측면이 있었다.
② 1910년대 영미 이미지즘은 현대시의 시대로 넘어오는 결정적 단계로 볼 수 있다.
③ 이미지즘은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문예사조나 시운동을 가리킨다.
④ 이미지즘은 예술정신과 시적 방법 면에서 19세기낭만주의를 계승하였다.
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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