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떠난 것들을
아직 보내지 못하고 살았네
그리워하고 아파하며 살았네
그러나 이제 보내야 할 것들을
계절을 알고 떠나는 철새처럼
모두 놓아 주어야 하리.
차마 놓을 수 없던 그 얼굴, 그 마음, 그 약속,
영원으로 이어지던 그 순간들을
저문 강둑에 앉아
꽃잎처럼 강물에 띄워 보내야 하리.
펄펄 떨어지는 눈발 속에
발자국을 찍으며 떠나는
다시 올 수 없는 것들에게서
마른 눈물을 거두어야 하리.
아무리 향기롭고 눈부셨다 해도
꽃은 지는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것
죽을 만큼 아팠어도
사랑했다면
이별은 사랑만큼 아름다워야 하리.
아 그렇건만
나 아직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네.
다시 펄펄 눈이 내리네.
- 김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