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지귀*의 사랑
안애정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을 때
그대 바람처럼 내 곁을 스쳐갔습니다
이대로 죽어도 좋으리라
이대로 불꽃이 되어도 좋으리라
천 년을 기다리면
그대 볼 수 있을까요
그리움이 내 몸을 갈래갈래 찢어
하늘과 땅을 피로 붉게 적시면
그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랑하다 사랑하다
억겁의 시간이 흘러
나 그대 앞에 마주 설수 없어도
여왕이여, 나의 사랑이여
내 영혼 꽃무릇이 되었습니다
※지귀 : 신라 선덕여왕을 사랑한 백성. 사랑의 열병을 앓다 불공을 마치고 돌아가던 여왕으로부터
정표로 금팔찌를 받은 후 기쁨에 겨워 제 몸이 타 올랐다는 전설 속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