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조지훈의(승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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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나니 깍은머리 박사꼬깔에 감추우고
두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 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빰에 아롱질듯 두방울이여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 밤 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의 詩「승무」는 초기시를 대표할 뿐 아니라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명시의 하나로 꼽고 있기에
같이 감상 하고자 올렸습니다. '승무'라는 춤을 통하여 삶의 번뇌를 아름답게 극복하려는 종교적 구도의 자세,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경지가 표현 되어 있다고 봅니다, 예술의 본질이 종교도 통하기에 종교나 예술이나 쓰라린
고통과 번뇌를 인내하면서도 '승무' 춤을 통하여 신비롭고 아름다움을 잘 승화시키려는 詩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 안심입명(安心立命)- 불교에서, 하찮은 일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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