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아름다운 편지

Peter Hong 2018. 2. 27. 19:54

문득 문득

내 안에서

또 다른 내가

자꾸 걸리적

거릴 때가

있습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라고

아무리

내가 타일러도

또 다른 나는

막무가내입니다.

 

어느 날, 나는

오려내기를 합니다.

나에게서

나를 오려냅니다.

 

욕망의

후렴 같은,

푸념 같은

덜그럭거리고,

투덜대는

나를 오려 냅니다.

 

언제

쌓였는지도

모르는

먼지처럼

소리 없이 씌어진

몇 줄의 죄와

아, 너무 아파

발음조차

할 수 없는

아픔의 나까지

 

삐뚤삐뚤

오려내더라도

오려 낸 나는

아름답습니다.

 

내 안이

거덜나더라도

오려 낸 나는

행복합니다.

 

~ 박선희 / 아름다운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