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Depart. of Law)/사진영상론

영상이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과 관련하여, 통합체적 관계와 계열체적 관계

Peter Hong 2025. 1. 4. 01:20

[과제1] 영상이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과 관련하여, 통합체적 관계와 계열체적 관계에 대해 각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

 

1. 영상이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

프레임(frame)이란 영상의미를 생산하는 기본단위로서 영상이 연속적으로 바뀌면서 변화하는 동영상에서의 한 순간의 완전한 화상을 의미한다. 프레임은 프레임 내부의 세계와 프레임 외부의 현실 사이를 단절시키는 사진 영상 메시지의 기본적인 틀이며, 영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한 프레임내의 요소들 사이에서 통합체계적 관계를 이룬다.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의 경우 각각의 대상을 프레임별로 그린 다음 정지화면인 스톱모션(stop motion)을 연속 촬영하는 기법으로 제작되는 것이다. 정지된 영상은 사진과 같이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총체적인 방법이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고 이해는 하나의 특정방법일 뿐이다. 연속된 시공간 속에서 영상이 의미를 생산하려면 작가가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고 카메라라는 프레임 내부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고 어떻게 구성할지를 집중해야한다. 그러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하여 작가의 의도가 담겨지고 영상이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다. 카메라의 프레임 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가 사건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있는 TV 카메라 기자이다. 기자 앞에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사건현장에서 기자들은 사건 결정적 장면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그 대상을 잡아내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것이다. 기자들은 수많은 사건현장 순간의 장면을 촬영하고, 독자에게 정확하게 사건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특정장면만을 선별하여 뉴스에 보도한다. 그 과정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견해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프레임을 생산하고 편집하며 보도할 수도 있다. 현실의 한 단면만을 카메라라는 프레임으로 잡아내고 다른 단면은 숨기는 방식으로 사진은 보도내용 사실에 대해 편향된 왜곡하기도 한다.

영상을 통해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은 구성하는 요소의 활용에 따라 기호(記號)학적으로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한 프레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요소들 사이의 통합체계적 관계(syntagmatic relation)와 프레임 내부의 요소들과 외부의 요소들, , 특정 영상에 사용되지는 않았으나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요소들 사이의 계열체계적 관계(paradigmatic relation)의 원칙이 있다.

 

. 통합체적 관계

통합체(syntagm)란 의미는 음소, 단어, 구문 등의 언어적 형태가 서로 순차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언어적 단위로서 전체적 의미를 구성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요소들의 집합체(계열체)로부터 선택된 단위(item)들의 조합이며 이는 항상 두 개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장은 단어들의, 광고는 시각적 기호들의, 멜로디는 음조의 통합체이다. 통합체는 공간성의 조합을 이루는 시각적 통합체일 수도 있고 시간상의 조합을 이루는 언어적 또는 음악적 통합체일수도 있다. 통합체속의 단위들은 서로 유기적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상전체의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다.

통합체계적 관계(syntagmatic relation)란 두 개 이상의 언어단위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거나, 잘 구성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순차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적 관계이며 통합관계는 통합체가 형성되는 관계로, 하나의 기호 단위가 한 계열체 내에서 선택된 후 다른 기호 단위들과 특정한 규칙들에 따라 결합된 기호들의 통합적 관계를 지칭한다. 다시 말하면, 한 계열체(paradigm)내에서 하나의 언어기호가 선택되고 나서 의미를 구성하려면 다른 기호단위의 언어들과 순차적으로 특정한 규칙에 따라 결합되어 배열된 기호들의 통합적 관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딸을 더 좋아 하신다라는 문장에서 주체는 아버지이고 대상은 이며 두 낱말(기호단위)사이의 관계가 바로 통합관계이다.

 

. 계열체와 연상관계

계열체(paradigm)란 일련의 사용가능한 단위들의 집합으로 여기에서 하나의 단위가 선택되어 다른 계열체로부터 선택된 단위요소들과 결합된다면 의미화된 전체인 통합체를 형성하게 된다. 알파벳(A부터Z까지)은 하나의 계열체이며 A부터Z까지 중에서 a bookhis book이라고 말 할 수 있자만 a his book이라고 할 수 없듯이 선택적으로 몇 개의 글자가 조합이 되면 하나의 단어를 구성한다. 이때 이용가능한 각 알파벳의 존재 자체가 계열체이고 각 알파벳의 선택과정을 통한 사후적이고 현실적인 결합이 바로 통합체이다. 즉 단어는 계열체로서 알파벳들의 통합체이고, 문장은 계열체로서 단어들의 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경우 수많은 부품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계열체인데 이들 부품들이 차량이 운행되는데 모두 다 필요한 것이 아니고 운전자의 필요에 따라 적당한 부품이 통합체로서 상호작용하여 자동차가 운행되는 것이다.

연상관계(associative relation)란 계열체가 형성되어지는 관계로,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 가능한 기호의 다발(bunch)을 지칭한다. 특정한 한 계열체 내의 모든 기호 단위는 공통적 요소, 즉 유사성을 지닌다. 그리고 각 기호단위는 계열내의 다른 단위와 구분되어야 한다. 이 같은 특징은 영어의 단어와 어휘를 생각해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 live in Seoul.”이라는 문장에서 사용된 ‘I’라는 단어와 문장 내에서 사용되지 않은 ‘You’, ‘He’, ‘They’등과의 관계가 바로 연상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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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2] 영상의 의미 분석과 관련하여 스토리, 플롯, 내러티브에 대해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

1. 용어설명

 

. 스토리(story)

스토리는 플롯을 통해 우리가 상상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시간적 순서로 구성된 이야기를 가리킨다. 따라서 스토리는 영화에서 직접 드러나지 않은 인물과 사건, 혹은 상황을 아우를 수도 있다.

 

. 플롯(plot)

영화에서의 플롯이란 영화의 영상을 통해 시청각적으로 표현된 사건의 질서라고 할 수 있다. 한 이야기(story)를 어떻게 형상화하느냐의 방법, 이야기에 논리와 질적 가치를 부여하는 구성기술 혹은 그 결과로서의 사건의 틀이 플롯인 것이다. 이야기가 각각 존재하는 개체성을 기본원리로 하는 것이라면, 플롯은 연속성을 기본원리로 하는 것이며 곧 총체적인 사건들의 연속으로 동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플롯은 이야기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사건의 시간적 서술이라면 플롯은 그러한 사건에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 인과적으로 서술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플롯은 다양한 기준에 따라 구성의 단순성과 복잡성에 의해 단순구성, 복합구성, 피카레스크(picaresque) 구성 등으로 그 유형을 나눌 수 있다. 시간 진행을 기준으로 평면적 진행, 입체적 진행, 평행적 진행으로 나눌 수 있다.

 

. 내러티브(narrative)

내러티브란 사실적인 것이든 허구적인 것이든 하나의 이야기를 연속된 장면으로 조직화시키는 장치, 전략 혹은 관습을 의미한다. 제럴드 프린스(G. Prince)는 내러티브를 현실 혹은 허구의 사진과 상황을 하나의 시간 연속을 통해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내러티브는 이야기윤곽(story outline)나 플롯 구조(plot structure) 뿐 아니라 이야기들을 통제하고 그에 일정한 틀을 제공해 주는 시점, 서술자와 이야기 세계의 주인공, 사건들과의 관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요소가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따라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또한 마리 로어 라이언은 내러티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내러티브 텍스트란 인간의 마음에 특정한 세계를 떠 올리게 하고(배경) 그 세계를 지적 능력이 있는 행위자(인물)로 채운 공간이다. 이러한 인물들이 특정 행위를 통해 벌어지는 일(사건과 플롯)에 참여하고, 그 결과 내러티브세계에 전반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내러티브란 결국 세상과 그 구성원의 역사의 한 부분을 포착해 내는 인과적으로 엮인 상황들과 사건들을 우리의 마음속에 재현한 것이다. 내러티브에 대한 이런 논리적, 의미론적 설명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추상적인 면이 있다고 하겠지만 다양한 변형들(단순한 플롯, 복잡한 플롯, 병렬 플롯, 영웅플롯, 연속적으로 이야기 속 이야기를 품고 있는 러시아 인형식 액자구조 등)을 포괄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한 정의이다. 내러티브는 주제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이러한 다양성의 차원에서 역사적, 문화적, 매체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게 된다.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E. M. Foster)는 내러티브를 스토리(story)와 플롯(plot)으로 구분하면서 스토리를 시간순서에 따른 年代記的 배열로, 플롯을 因果的 연계를 고려한 사건의 질서로 구분하기도 한다. 내러티브의 본질과 언어가 갖는 관성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 내러티브는 오직 언어적 현상이다. 언어로 뒷받침되는 매체가 아니고서는 내러티브에 대해 말할 수 없다. , 언어로 소통하는 매체뿐만 아니라 언어를 서술양식으로 하는 매체에 의존한다. 모든 내러티브는 명료하지 않다. 서사성을 가장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언어로 뒷받침되는 형식들이다. 범 매체적 내러티브 연구는 언어적 서술의 특질을 다른 매체로 전이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 말은 대체로 발신자(작가)와 수신자(독자, 관객)를 포함하여 화자(話者), 피화자(被話者), 내러티브 메세지로 이루어진 의사소통 구조를 찾아내는 작업을 뜻한다. 내러티브는 매체와는 독립된 현상이다. 그리고 내러티브 구조를 명료하게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매체는 언어이지만 언어의 서술이라는 의사소통 모델을 적용하지 않고 언어가 아닌 수단으로 재현된 내러티브를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2. 사례를 통한 영상 의미분석

 

. 사례

영화 <인생>1994중국의 장이모우(張藝謨, Zhang Yimou)가 제작, 감독한 작품으로 중국 현대사를 그린 수많은 영화중에서도 그의 최고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한 가족의 눈물겨운 투쟁사를 영화화 하여 1994년 제47회 깐느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걸작이다. 그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1940년대 중국

부유한 지주집 아들인 수푸궤이(徐福貴, Xu Fugui)는 아름다운 아내까지 둔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지만 도박장에서 세월을 보내는 한량이다. 하지만 한량답게 예술적 소질도 있는지, 가끔 도박장에서 공연하는 그림자인형극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푸궤이는 아버지와 아내 지아전(家珍)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박을 했고, 도박에 빠진 푸궤이를 견디다 못한 아내는 딸 펑샤(鳳霞)를 데리고 아들 요우칭(有慶)을 임신한 채 집을 나가버린다. 그의 아버지는 푸궤이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고 그 충격으로 사망한다. 푸궤이의 고풍스런 가옥은 도박상대인 룽얼(龍二, Long’er)에게 넘기고 빈털터리가 되어 거리로 쫓겨나게 되어 노점상을 하며 혹한의 거리를 떠돈다. 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도박을 끊고 근근이 살아가던 중 아내 지아전과 딸 펑샤, 아들 요우칭이 푸궤이에게 돌아오고, 이들을 먹여 살리는 처지의 푸궤이는 밥벌이를 위해 마을을 돌며 그림자극을 하게 된다. 아내 지아전에게는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아내가 친정에서 출산한 아들 요우칭(有慶)에게 지어준 아명이 부두(不赌)일 정도로 푸궤이의 도박에 지쳐있었다. 가게를 열려고 룽얼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까지 하지만, 룽얼은 돈을 빌려주지 않고 그림자극을 해보라고 하면서 도구를 빌려준다. 푸궤이는 이전부터 도박장에서 돈을 잃고 나면 심심풀이로 그림자극을 했기 때문에 그림자극을 직업으로 삼자마자 처음부터 꽤 잘한다. 이 작품에서 그림자극은 푸궤이의 또 다른 인생을 상징한다. 그림자 극의 극중에 나오는 인물들은 결국 늘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몰락한 푸궤이의 상황과는 역설적인, 즉 푸궤이가 그려내는 그의 이상적인 인생이다. 그림자극 도구를 담고 있는 상자는 이상적 인생이 그려지는 세계이자 현실과 구분 짓는 도구적 장치이기 때문에 상자마저도 매우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1949년 국공내전시기

중국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의 국공내전이 발발되자 푸궤이는 아무런 의미도 모른 채 국민혁명군에 징집되었다. 여기서 동생을 찾아 국민혁명군에 입대한 라오 촨(老全, Lao Quan)씨를 알게 된다. 국민혁명군은 참패를 거듭하고 있었고, 부상자들은 치료는커녕 한곳에 모아두고 죽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촨씨는 홍군(紅軍)은 포로에게 친절하니 홍군이 오면 손들고 저항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날 푸궤이와, 촨씨, 춘셩(春生) 세 사람은 눈 속에 웅크리고서 추위에 벌벌 떨다가 춘셩이 어디선가 구해온 코트 덕에 추위를 이겨내고 잠이 든다. 눈을 뜨니 국민혁명군이 자신들만 남겨두고 후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코트는 촨씨가 찾는 동생의 코트였던 것이다. 촨씨는 이를 보고 어디서 찾아왔냐고 길길이 날뛰고, 시체 더미를 뒤지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 촨씨가 총에 맞는 것을 보고 푸구이와 춘셩도 도망치지만, 인민해방군에게 곧 붙잡히고, 항복의 의사로 양손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사살되지 않는다. 푸궤이는 가지고 있던 그림자극 인형 덕분에 밤에는 인민해방군 병사들 대상으로 위문공연을 하고 낮에는 보급품 운반이나 대포를 미는 일 등의 짐꾼 생활을 하며 인민해방군에 종군한다. 전쟁이 끝나자 푸궤이는 이렇게 인민해방군과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혁명에 참여한 제대군인임을 알리는 증명서를 받아 집으로 돌아간다.

반혁명진압운동 (1950-51)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푸궤이는, 생계를 위해 물 배달을 하고 있는 아내와 마주친다. 그를 기다리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딸 펑샤가 열을 앓다가 농아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푸궤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마을 촌장인 뉴촌장은 푸구이의 집을 차지했던 룽얼이 반동분자로 인민재판에 회부되었음을 알려준다. 룽얼이 인민재판에 회부된 이유는 공산당이 이 지역을 점령한 후, 롱얼의 대저택(과거 푸궤이의 집)을 인민들의 숙소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제공을 거부하고 공산당 관리를 폭행하였기 때문에 반혁명 사보타지 죄로 기소된 것이다. "도박으로 재산을 뺏기지 않았더라면 내가 저렇게 되었을 것이다."고 생각한 푸궤이는 몸서리치며, 부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집으로 돌아간 푸궤이은 지아전에게 롱얼의 총살형을 알리고 온 집안을 뒤져 인민해방군의 제대군인 증명서를 허겁지겁 찾아 세탁중인 겉옷에서 꺼내어 군데군데 찢어진 증명서를 잘 말려,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둔다. 훗날 푸궤이의 집에 처음으로 방문한 펑샤의 남편 완얼시가 이 증명서를 보고는 놀라며, 마치 영웅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푸궤이를 바라본다.

대약진운동 (1959-61)

얼마 후 중국에서 마오쩌둥이 대약진 운동을 일으키게 된다. 푸궤이가 사는 마을 사람들도 이를 환영하며 집집마다 철제 주방용품을 수거한다. 마오쩌둥은 15년 후 영국을 따라잡고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선전한다. 아들 요우칭(有慶)을 엎고 학교 가는 길에 푸궤이는 말한다. “도시락 만두는 뜨거운 물에 넣어서 먹어라. 우리 가족은 지금 병아리와 같다. 병아리가 자라면 (팔아서) 거위가 되고, 거위가 자라면 (팔아서) 양이 되고 양은 황소가 될 것이다. 황소는 자라서 공산주의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면 매일 많은 만두와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들 요우칭은 학교에서 촌장인 춘셩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치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춘셩(春生, Chunsheng)은 공산당 간부인 구장(區長, district chief)이 되어 마을로 금의환향하러 오던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춘셩은 요우칭의 묘지로 푸궤이를 찾아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지만 받아주지 않는다.

문화대혁명

19666월부터 10년간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시작되었다. 마오쩌둥의 파사구(4, 낡은 이념, 낡은 사상, 낡은 습관, 낡은 관습을 타파하는 것)의 요구에 따라 낡은 것일수록 반동적인 것이라며 푸궤이의 그림자인형극 재료를 불태워 버린다. 한편 펑샤(鳳霞)는 공장의 홍위병 지도자 완얼시(万二喜, Van Erxi)와 결혼한다. 완얼시는 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불구가 된 장애인이었지만 마오쩌둥과 당에 충성심이 강하고 장인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펑샤(鳳霞)와 완얼시(万二喜)의 결혼식은 성대하게 이루어졌고, 결혼식 후 춘셩이 푸궤이에게 선물을 전달하지만 지아전이 그 선물을 돌려 보내라고 한다. 그러나 주자파로 찍힌 춘셩이 돌아가는 등 뒤로 “You still owe us a life. You’ve got to value yours!”라고 말하며 그를 용서한다. 펑샤(鳳霞)는 만삭이 되어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당시는 문화대혁명 시기라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반동학술권위자로 몰려 홍위병들이 잡아가 버렸고 남아있는 의료진은 간호사 학생들뿐이었다. 병원에 온 푸궤이 가족들은 경험 있는 의사들이 없는 것을 알고 완얼시가 비투회에 끌려가 있던 대학교수이자 전문의인 (Wang Bin)교수를 간호사들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병원으로데려왔다. 왕교수가 복도에서 펑샤(鳳霞, Fengxie)출산을 기다리는 동안 아들을 출산했던 딸 펑샤가 갑자기 많은 출혈을 하여 왕교수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병실에서 사망하게 된다.

1970년대 이후

국공내전, 대약진운동, 그리고 문회대혁명 등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사건이 모두 끝나고 평온한 시기가 찾아온다. 푸궤이에게는 아내 지아전(家珍)과 사위인 완얼시 그리고 손자 만터우(馒头)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한다.

 

. 사례분석

이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등장하는 핵심어는 만두와 그림자인형극이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혁명에 참가하느라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요우칭(有慶)이 만두가 들어있는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갔지만 교통시고를 당하여 만두 도시락을 먹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비투회에 끌려가서 3일간이나 굶어있던 대학교수이자 전문의인 (Wang Bin)교수가 병원복도에서 푸궤이가 건네준 만두를 먹고 급체로 오히려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또한 푸궤이의 외손자 이름이 만터우(馒头)이다. 여기사 만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만두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림자인형극은 때로는 생계의 수단으로, 때로는 삶의 작은 위로로, 때로는 적진에서 목숨을 유지하는데 쓰이고 때로는 혁명을 위한 제물로 바쳐지기도 하지만, 반혁명의 증거물로 덜미를 잡힐 까봐 영화에서 불태워져 쓸쓸이 퇴장하지만 그림자인형극은 곧 푸궤이의 인생사이고 인형극 도구는 그의 이상적 인생을 대변해 주었던 것이다. 푸궤이(福貴)는 아들에게 도시락 만두는 뜨거운 물에 넣어서 먹어라. 우리 가족은 지금 병아리와 같다. 병아리가 자라면 (팔아서) 거위가 되고, 거위가 자라면 (팔아서) 양이되고 양은 황소가 될 것이다. 황소는 자라서 공산주의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면 매일 많은 만두와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반면, 손자에게는 병아리가 먹이를 먹으면 곧 자랄 것이고, 닭은 거위로 변할 것이고, 거위는 자라서 양이 되고, 양은 황소로 바뀔 것이다. 양은 황소가 되고 그 황소가 자라면 만터우(馒头, Little Burn)도 어른이 될 것이다. 만터우가 자라면 황소 등을 타고 다니거나 기차와 비행기를 타고 다닐 것이다. 라고 말한다. 푸궤이가 자기 아들 요우칭과 대화를 나눌 당시는 공산주의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였다. 그러나 손자 만터우에게 얘기를 할 때는 공산주의 혁명이 퇴색되고, 덩샤오핑 시대를 담담하게 예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당시 중국 인민들의 시선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결론적으로 그 당시의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시대상의 반영이다.

중국의 장이모우(張藝謨)감독의 영화 <인생> (Lifetimes)은 중국의 슬픈 역사를 살아가며 견뎌야만 했던 대다수 민중의 크나큰 상실과 아픔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장예모감독이 의도했던 건 이런 시대의 아픔과 부조리함을 영화를 관람했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온갖 어려움과 아픔을 헤쳐 나오는 푸궤이와 그들 가족들에서 무언가 배우는 것들이 있다. 삶이란 알 수 없는 것이며 그러한 알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또다시 묵묵하게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삶의 여정에서 우리가 감당해야만 하는 삶의 무게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도 말해주고 있다.

스토리(story)는 주인공의 삶을 구성하는 사건의 시간순서로 영화 <인생>1940년대 중국사회와 푸궤이의 젊은 시절의 도박으로 인한 타락한 생활 1949년 국공내전시기의 전쟁참여로 인한 고통과 충격 반혁명진압운동 (1950-51) 대약진운동 (1959-61) 문화대혁명 1970년대 이후 까지 30여 년간의 중국의 격동기를 역사성을 바탕으로 비판적 시각에서 사건을 구성하고 있다.

플롯은 영화에서 스토리가 제시되는 방식으로 특정 효과를 내기 위해 재배열되기도 하는데 영화 <인생>에서 1940년대 지주계급과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중국사회의 특징과 푸궤이의 젊은 시절의 도박으로 인한 타락한 생활을 그려냄으로서 이후 전개되는 격변기의 서민의 삶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어 줌으로서 긴장감을 일으키고 마오쩌둥에 의해 저질러진 격동기를 겪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과거로의 회귀를 통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회한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이후 정권을 잡은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의 사회주의는 유지하되 자본주의를 따르는 정책을 지지하는 듯하다.

국공내전, 대약진운동, 그리고 문화대혁명 등 역사의 피바람을 몰고 왔던 사건들이 모두 끝나고 평온한 시대가 찾아온 1970년대 중반의 이야기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려진다. 사실 문화대혁명의 공식적인 종말은 마오쩌둥의 사망(1976)으로 완전히 정리가 되었다. 홍위병 덕으로 정권을 되찾은 마오쩌둥은 인민해방군을 동원하여 쓸모없어진 홍위병들을 진압했고, 이후 홍위병이 주최하는 비투회나 반달행위와 같은 일은 더 이상 없어진다.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을 포함한 학생들이 상산하향 운동으로 시골로 보내져 마오쩌둥이 사망할 때까지 삽질을 하며 온갖 고초를 겪었던 세대가 바로 장이머우 감독이고 시진핑 및 현재의 중국 집권층 대다수가 문화대혁명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중국 영화에서 문화대혁명 비판에는 전혀 규제가 없다.

푸궤이는 그림자 인형극을 통해 자신의 하나의 이상적인 인생을 그려냈다. 인형극 도구를 담았던 상자는 그의 이상적 세계관을 담고 있던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손자에게 그 상자를 건네면서 병아리를 그 안에 담으라고 하면서 그 세계관(상자)을 공식적으로 외손자에게 승계하는 장면이 있다. 그림자 도구가 푸궤이의 이상적 인생을 대변해 주었던 것처럼 병아리는 외손자 만터우의 또 하나의 인생을 대변하며, 이는 병아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증명된다. 병아리를 키워 부자가 되라는 말은 자본주의적 냄새가 가득하다.

<인생>은 한 가족의 잊을 수 없는 경험의 창을 통해 중국의 뼈아팠던 정치적 격동사의 조감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중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명작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10년 단위로 장면이 전환되면서 첫 장면마다 똑같은 거리를 비춰주고 있다. 1940년대에는 깔끔하기 그지없던 거리가 10년이 지난 1950년대부터 서서히 낡아가기 시작하더니, 1960년대에는 벽마다 문화혁명 대자보가 붙여진 모습을 지나 1970년대에는 세월의 풍파를 맞고 완전히 낡아버린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영화는 제작 당시에는 중국에서 개봉되지 못했는데 개봉금지 이유가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같은 현대 중국의 치욕적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