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비키 실버즈와 데이비드 크레이너는 이런 실험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을 정리한 유인물을 나누어 주었는데 한 그룹에게는 중요 부분에 밑줄을 그어 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밑줄 없이 그냥 주었다. 잠시 후 테스트를 했을 때, 어느 쪽 성적이 더 좋았을까? 중요 부분이 잘 표시되어 있는 밑줄 친 쪽의 성적이 더 좋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겠지만, 실제로는 밑줄 안 그은 쪽의 성적이 더 좋았다고 한다.
첫 번째 그룹은 주어진 것 위주로 암기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 두 번째 그룹은 스스로 밑줄을 치고 노력하면서,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밑줄 같이 사소해 보이는 것조차도 남이 떠먹여 주는 건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실험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실험을 듣고 생각난 것 몇 개를 소개하면 이렇다. 일반적으로 내가 시험을 봐야 하는 학생인데, 나는 아무 것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유인물을 받았고, 다른 친구는 중요한 것에 밑줄이 그어진 유인물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내 마음 속에는 억울하고 중요한 것에 밑줄 그어진 유인물을 받은 친구가 부러울 거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시험을 못 본다면 밑줄이 없는 유인물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다. 이것은 부자이고 사회적인 영향력이 있는 부모를 만나서 쉽게 사회에서 성공하고 부자가 된 것 같은 친구들에게 갖는 마음과 비슷한 거다. 하지만, 실험에서 보는 것처럼 그것은 실제가 아니다. 누구는 좋은 환경에서 더 쉽게 성공할 것 같아도 그런 조건은 별로 없다. 오늘의 내 모습에 가장 큰 원인은 나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배경이 없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청춘은 아쉬움을 갖기 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개척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실제로 더 강한 나를 만든다.
밑줄 효과에서 또 한가지 생각나는 것은 리더십이다. 밑줄을 그어주는 것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처럼 직접적으로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으로는 상대를 변화시킬 수 없다. 명령하고 지시하는 리더가 최하수의 리더다.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싶을 때에는 직접적인 명령과 지시가 아니라,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하고 싶다는 동기를 불어넣어주고 무엇인가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줘야 한다. 단지 밑줄을 그어주는 것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이 밑줄 효과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밑줄을 그어주고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좋은 선생님이 될 수는 없다. 선생님은 자신의 생각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이끌어줘야 한다. 억지로 공부하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밑줄이 그어진 유인물을 받은 학생들이 밑줄 없는 유인물을 받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더 나빴던 것처럼, 공부를 강요 받고 억지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오히려 더 성적이 안 좋을 수 있다. 왜냐하면, 억지로 강요에 의해 공부하는 학생은 그만큼 소극적인 자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소극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과 적극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공부도 그렇고 일도 그렇다. 소극적인 자세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한 것에 좋은 성적이나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적극적인 자세에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도 끈기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강요보다 중요한 것은 내적인 동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내적인 동기가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를 만들기 때문이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밑줄을 그어주면 학생은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밑줄 효과의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리더의 입장에서 조직원들이 필요한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면 사람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밑줄 효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닌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다는 마음의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다. 어떤 요령이나 비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태도로 공부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밑줄 효과의 결론이다.
칼럼니스트 박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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