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Poems

시월에/문태준

Peter Hong 2015. 10. 21. 16:26

시월에 / 문 태 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헤죽, 헤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