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영어공부하고도 부족하여 평생교육의 기치 속에 또는 세계화의 주역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써 여전히 각종 어학 기관이나 어학 도서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그 많은 시간과 세월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도 ‘영어’라는 말의 의미 또는 그 어원을 질문해 볼 때 그 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제 그 영어라는 말의 형성과 오늘날의 영어에 이르기까지의 개관을 역사 영어학 또는 사회 언어학적 관점에서 간략하게나마 제시해보고자 한다.
소위 영국신사라고 불리는 현재의 영국민족은 유감스럽게도 영국의 원주민이 아니다. 광화문의 국립 박물관이 철거되던 날 우리의 말 우리 한민족이 뿌리째 흔들릴 뻔했던 그 아슬아슬했던 순간들을 나는 영국의 역사를 견주어 보며 얼마나 큰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그 나라의 말을 잃은 민족이나 또는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은 굳이 설명치 않더라도 다 알고 있으리라. 그러면 현재의 영국 민족은 언제부터 영국 땅에 들어가 영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을까?
템즈강(Thames)이 라인강의 지류였던 수 천년 동안의 영국 땅은 구석기시대가 끝나고 빙하시대말기에 대륙으로부터 분리가 된다. 소와 염소와 돼지를 기르는 최초의 수렵 인이 바로 이 때 스페인으로 추정되는 유럽 또는 지중해 연안으로부터 이 건조한 영국 땅으로 유입된다. 이 만족이 곧 영국의 원주민이라 불리는 이베리아인(Iberians)이다. BC. 2000년경부터 영국 땅에 정착하기 시작한 이들 이베리아인(Iberians)은 하나의 권력을 받들고 공동작업을 하기 위하여 관습적으로 집결하는 민족이었다.
평화로운 이들 원주민들에게 목축을 생업으로 하는 호전적 민족의 침입이 기원전 6세기부터 4세기 사이에 이루어진다. 다뉴브강 유역, 골(Gaule)지방과 알프스 북부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점유하고 있던 한 민족이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로 쳐들어와 이베리아인(Iberians)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이들이 곧 켈트인이며 현재의 영국인이 침입하기 전까지의 영국인이었던 것이다. 장기간의 침략과정 속에서 켈트인은 그들끼리의 전쟁까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호전적이었던 이들은 흰 피부와 금발, 또는 갈색머리와 둔중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로마의 지배를 받던 시절 로마로 끌려갔던 켈트 인들이 그들 자신의 이상에 맞도록 탈색과 채색을 하게 되었는데 이들 스코틀랜드 지역의 켈트 인들이 후일 로마인들에게 ‘채색한 사람’이라는 뜻의 픽트(Picts, Picti)족으로 불리게 된다. 이들 스코틀랜드 고지와 아일랜드에 언어를 남기게 된 민족을 고이델인(Goidels) 또는 겔인(Gaels) 계통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웨일즈와 프랑스의 브르따뉴 지방(la Bretagne)에 언어를 남기게 된 켈트인은 브레튼인(Bretons) 또는 브리튼인(Brythons) 계통으로 분류하고 있다.
로마의 침략기를 거쳐 게르만족의 침략으로 켈트어가 소멸되며 이들 켈트 인이 이제는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게 된다. 신앙이 아니라 혈연관계를 기반으로 삼았던 이들 켈트인은 오늘날도 가족이 사회생활의 단위로 남아 있으며, 이들 켈트계통의 종족인 아일랜드인 사이에서는 현재 미국에 정착하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정치가 종족간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 런던의 라틴식 이름인 Londinium은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촌락 이름인 Londinèrse에 상응하는 켈트어이며, 브레튼 또는 브리튼이라는 말은 기원전 325년에 그리스의 탐험가 피테아스가 영국에 상륙했을 때 “문신(文身)을 한 사람의 나라”라는 뜻으로 Pretanikai nēsoi라고 명명한 것이 오늘날까지 내려온 것이다.
로마의 영광과 자신의 골(Gaule) 정복기간에 적군을 지원한 브리튼의 켈트 인을 정복하기 위한 씨저(Caesar)의 켈트 인에 대한 공격이 기원전 55-54년에 걸쳐서 시도된다. 명목상의 승리일 뿐 실익이 없었던 씨저의 침공이후 약 1세기 동안의 영국은 로마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기원후 43년부터 시작된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침략은 로마의 쇠망과 함께 약 420년 로마군의 자진 철수 때까지 400 여년을 지배하며 영국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로마의 침략시기인 3세기 영국에는 기독교가 전파되었고 바로 이때 로마인이 영국 땅에 세운 나라를 라틴어로 Britania라고 칭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영어에 잔존하는 라틴어는 바로 이 시기에 영어 속에 유입된 것이 아니고 중세프랑스어의 근간을 이루게 된 라틴어가 이후 서술하게 될 노르만 침공이후에 영어로 유입되었다는 사실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북부 스코틀랜드 지방의 픽트 족과 아일랜드 지방의 스코트족으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의 위협에 시달려 왔던 켈트족은 이제 로마군의 철수와 함께 엄청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게 된다. 즉 410년 만족이 로마를 침공하자 쇠퇴기의 로마는 브리튼의 로마 군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그들의 군사적 외침을 방어해주던 로마 군이 철수함에 따라 자주방위의 능력을 상실해버린 켈트인 에게 이제 외침에 대한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끊임없는 정복야욕에 불타있던 게르만족에게 픽트 족과 스코트족의 침략에 대한 지원을 요청은 무혈 침략 성공의 호기가 아닐 수 없었다.
지원병 요청에 따라 최초로 영국 땅에 상륙한 민족은 쥬트족(Jutes)이었으며, 이어서 앵글족(Angles), 그리고 색슨족(Saxons)이 상륙하여 쥬트족(Jutes)은 템즈강의 동남부 일부를, 앵글족은 북부지방을 그리고 색슨족은 남부지방을 대부분 점령하게 된다. 특히 색슨족의 침략으로 피난간 켈트인을 ‘이방인’이라는 뜻의 Welsh(오늘날의 웨일즈 민족)라고 부르게 된다. 게르만족의 혈통을 잇고 있는 이들 세 민족의 각축 속에 이들 민족을 앵글로색슨족(Anglo-Saxons)이라 칭하게 되었고, 앵글족의 땅(the land of Angles)이라는 뜻의 England(the land of Engles: Angli → Engle)가 형성된다. 그리고 이 앵글족의 말이라는 뜻으로 Englisc 라는 말이 차차 English로 바뀌어 오늘날 우리가 쓰는 영국(England: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제외)이라는 말과 영어(English)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다. 즉 영어라는 말은 대륙으로부터 침략해와서 정착한 민족인 게르만민족이 대륙에서 쓰던 말을 영국이라는 땅에서 그렇게 불렀을 뿐 새로이 형성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말의 쓰임이 최초로 나타나는 시기가 대략 760년경이다. 현재 우리가 영국신사라고 알고 있는 영국인이 영국 땅에 상륙한 것은 449년의 쥬트족(Jutes) 침략이후이며 따라서 영어의 역사는 길어야 1,500년을 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형성된 영어는 시간적 공간만큼이나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이때부터 약 1066년 프랑스 북부지방의 침략 정착민으로서 프랑스인화한 노르만 족의 침입(The Norman Conquest)시까지를 고대영어라고 하며, 이들 노르만 족의 지배가 끝나는 15세기전후를 중세영어라고 한다. 이들 프랑스인의 침략은 영국의 공용어와 모든 상류층의 통용어로써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쓰게 함으로써 라틴계의 프랑스어가 영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영어에 잔존하는 라틴어나 영국 또는 미국의 사교계에서 프랑스어가 대접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프랑스의 퇴각과 함께 현대 과학 또는 문명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캑스턴(Caxton)의 인쇄술 발달과 셰익스피어(Shakespeare) 등과 같은 문호의 등장은 이제 영어가 오늘날의 현대 영어에 이르는 커다란 틀을 형성하게 된다. 영국의 발달과 함께 융성한 영어의 발달과 전파는 이후 청교도들의 신대륙 개척과 함께 이제는 영국영어와 미국영어라는 뚜렷한 2개의 거대 영어권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치 사회적 영향력의 증대와 함께 우리 나라에서는 영국영어가 아닌 미국영어를 교육의 공식 지표로 삼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수학능력시험에서의 듣기평가(Listening Comprehension Test)도 미국영어임은 말할 나위 없다.
끝으로 이 작은 글이 오늘날 무수히 많은 시간에 걸쳐서 영어를 접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영어의 본질과 영어사적 개관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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