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오기일(烏起日)과 약밥

Peter Hong 2013. 7. 30. 15:40

신라의 소지왕이 왕권을 잡은 지 10년 되던 해 정월 보름날, 그는 경주 남산 기슭에 있는 천천정에 잠시 들렀다. 그런데 갑자기 날아온 까마귀가 은으로 만든 술그릇을 물어다가 왕의 앞에 놓았다. 편지 겉봉에는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고 쓰여 있었다.

고민하던 왕은 신하들을 불러 두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 보다 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이 차라리 나으니 편지를 열어보지 말자고 말했다. 그러자 한 대신이 “그렇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임금을 말한 것이고, 두 사람이라고 한 것은 신하를 말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편지를 읽어보니 ‘궁중의 금갑(琴匣)을 쏘라.’고 적혀 있었다. 궁으로 돌아온 왕은 활시위를 한 것 잡아당겨 금갑을 쏘았다. 금갑 속에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내원(內院)의 승려로서 왕비와 내통한 자였다. 그는 장차 왕을 시해할 것을 공모하여 그 시기까지 정해놓은 상태였다.  왕비와 승려는 모두 사형을 받았다.

소지왕은 까마귀의 은혜를 감사하여 매년 정월 보름날을 까마귀가 일어나는 날인 오기일(烏起日)로 정하고 향기로운 까만 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먹였다. 그것이 바로 찹쌀로 밥을 지어 곶감과 밤, 대추, 마른 고사리, 석이버섯을 넣고 간장과 참기름, 흑설탕으로 버무린 뒤 시루에서 쪄낸 약밥이다.

향기로운 약밥의 주인이 은혜로운 까마귀여서 일까. 세속에서 전하는 말에 따르면 약밥은 까마귀가 일어나기 전에 먹어야 한다고 한다. /좋은생각 2006년11월호 113쪽

'Says > 나누고 싶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주알고주알  (0) 2013.07.30
한강(漢江)  (0) 2013.07.30
두가지 종류의 후회  (0) 2013.07.30
업종별 선호하는 대학학과  (0) 2013.07.30
로리콤/오지콤/쇼타콤  (0) 201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