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한강(漢江)

Peter Hong 2013. 7. 30. 15:46

한강(漢江)

 

# 줄거리


제1부 「격랑시대」 (1∼3권)
전남 강진 출신, 월북한 부친을 두고 있는 유일민, 유일표 형제가 서울의 일류 대학과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야간열차를 타고 상경하면서 시작된다. 서울에는 일민의 선배 이규백과 김선오가 같은 고향 출신의 강기수 의원이 운영하는 남천장학사에서 고등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 전형적인 출세주의자 강기수 의원의 집안은 대를 이은 친일파로, 공교롭게도 유일민 형제의 집안과는 깊은 원한이 서려있다. 두 형제가 고향 강진에 남겨두고 온 것은 어머니와 여동생뿐. 국밥장사를 하며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일민의 어머니 해촌댁은 가슴

속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정부의 끊이지 않는 감시 속에 살게 한 월북한 남편에 대한 원망스러움, 그리고 빈곤한 가정 형편 때문에 요정에 나간 큰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에 대한 한스러움. 그 죽음에는 강기수 집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사라호 태풍이 몰아닥치면서 남도 일대는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김선오의 부친은 태풍에 휩쓸려 세상을 뜨고, 이규백도 농사를 지으며 집안을 이끌어가던 형을 잃는다. 무너진 집안 살림과 남편을 잃은 외로움에 이규백의 형수 해남댁은 마을의 머슴 춘길이와 배가 맞아 밤도망을 놓는다. 춘길이는 제 돈을 떼먹으려는 광주상회 주인과 그 아내를 엉겁결에 살해하고 죄인으로 쫓기는 몸이 되어 해남댁과 함께 장돌뱅이 생활을 꾸려나간다. 김선오와 이규백은 돌연한 고향 소식에 난감하기만 한다.


한편 강기수 의원의 딸인 숙자는 일민에게 마음을 두고 그를 포함한 김선오, 이규백과 자신의 친구인 박영자, 안경자와 함께 미팅을 주선해 만나기에 이른다. 그러나 누나의 죽음이 강 의원의 집안과 관계가 있음을 아는 일민이 자신을 외면하자 강숙자는 집안끼리의 비극을 알지 못하는 일표와 가까워지게 된다. 또한 일표는 독립투사의 손자인 친구 허진이 가난에 허덕이다가 끝내 학교를 중퇴하고 공장 노동자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


3·15부정선거 이후 고려대생들의 4·18데모를 도화선으로 4·19혁명이 일어나자 일민은 정의감에 불타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며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일생 동안 어떤 정치적 행위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심한 부끄러움과 자기 모멸을 느낀다. 그러나 동생 일표는 친구들과 함께 고등학생 데모대에 합류하여 시위에 참여한다.


4·19혁명이 학생들과 시민들의 승리로 끝나 결국 이승만이 이끈 자유당의 12년 간의 장기 집권은 종말을 고한다. 그리고 남천장학사 내에는 데모에 참여한 학생들과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다. 한편 4·19혁명 이후 간첩들의 대량 남파 사태가 벌어지자 월북한 부친과 관련해 일민과 해촌댁은 또 한 차례 수사기관에 잡혀가 각각 고초를 겪고 나온다.


뒤이어 찾아온 5·16쿠데타는 구 정치인인 강기수에게 심각한 위기로 여겨지나, 그는 특유의 처세술과 기회주의적 능력으로 군부의 끈을 잡으려 한다. 그러나 지방 유지의 아들 한인곤 의원은 쿠데타 정권의 부당성에 대한 분노를 표하며 그 세력에 반대한다. 그는 과거 군 대령으로 복무하던 시절 독립운동계 출신이라는 이유로 예편 위기에 처해 강기수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모욕적으로 거절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같은 군인 출신으로 한인곤의 참모인 강직한 인물 남재구는 한인곤에게서 등을 돌리고 박정희가 만든 신당에 가담하게 된다. 일민의 고향 친구로 주먹계에 입문한 서동철은 5·16 이후 국토건설대에 소집되어 1년 동안 비인간적인 대접과 굴욕적인 노동 착취 끝에 풀려나면서 그곳에서 만난 인물들과 세븐클럽을 만들어 서서히 자신의 야망을 불태울 준비를 한다.


한편 일민이 가정교사로 들어간 월남한 집안의 딸 임채옥은 부모의 반대와 일민의 거부를 무릅쓰고 그에게 연정을 품는다. 그러나 일민은 부친의 월북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정교사 자리를 잃게 된다. 그후 대학생이 된 채옥은 일민이 입대하자 부모를 속이고 전방까지 면회간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하는 채옥을 계속해서 외면하던 일민은 결국 면회 온 채옥과 폭설을 계기로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게 되는데……. 드디어 남천장학사 출신 이규백과 김선오는 각각 차례로 고시에 합격한다. 그러자 강의원은 둘 중 한 사람을 사위로 삼고 싶어하지만 딸 숙자의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규백은 선배 검사의 소개로 부잣집 딸과 중매결혼을 하고, 김선오는 자신을 억누르는 가난한 집안의 현실과 2년 동안 사귀어온 연인 영자와의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놓고 고민한다.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는 어지러운 시절, 민정이양을 약속했던 박정희는 끝내 대통령선거에 나서 윤보선과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된다.

 

제2부 「유형시대」 (4∼6권)
경제성장 논리를 앞세운 박정희정권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4·19세대의 변질’이라는 친구들의 충고와 야유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야심찬 인물로 변신한 박영자의 오빠 박준서는 아버지 박부길 사장의 경영수업을 받으며, 형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제대한 일민과의 사랑을 남몰래 키워가던 채옥은 연애사실이 발각되면서 부모로부터 헤어질 것을 강요당한다. 채옥의 아버지인 임상천 사장이 고용한 패거리들로부터 집단 구타당한 유일민은 다시금 현실의 큰 벽을 느끼

며, 채옥의 마음을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던 나약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선배인 배상집과 함께 노동인력 수출의 일환으로 행해지던 독일행 광부의 길로 마음을 정한 유일민. 그러나 그것마저도 연좌제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유일민은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데….


한편 안경자의 아버지로부터 딸과의 결혼을 제의받은 김선오는 오래 사귀어온 연인 박영자에게서 등돌리고 안경자를 선택하게 된다. 곧 그의 배신 행위가 드러나 결혼은 무산되지만, 그는 안경자에게 보복이라도 하듯 재력가 집안의 여의사와 결혼을 한다. 강숙자는 강기수 의원의 탐탁잖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며 남천장학사 출신의 홍석주와 결혼한다. 이후 강기수 의원은 딸 숙자와 사위 홍석주의 제안을 받아들여 선거공약으로 독일행 티켓을 내걸어 엄청난 득표 차로 득의만만하게 국회의원에 거듭 당선된다. 그러나 야당정치를 하는 한인곤 의원의 아버지 한무규는 아들이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에 나선 것으로 꼬투리가 잡혀 탈세혐의로 중앙정보부의 감시와 사업상의 난관에 부딪힌다. 미군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에서 피납되자 국방부에서는 비상태세령을 발동시킨다. 그 덕에 카투사인 최주한과 군 법무관에 소속된 이상재를 비롯한 현역 군인들의 복무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된다. 그러던 중 통일혁명단 간첩사건에 연루된 이상재는 연인으로 발전한 허진의 동생 허미경을 고국에 남겨둔 채 충격 속에서 월남의 전쟁터로 몸을 피하게 된다. 그후 월남에서 제대한 이상재는 임신한 채 박부길 사장의 첩이 되어 있는 허미경의 모습에 망연자실한다.


한편 유일민은 형벌과 같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에게 모질게 각인시키며 임채옥을 떠나보낸다. 학교 선배인 손진권 사장이 창업한 대진기업에서 삶을 일으킬 작은 희망을 키워가던 일민은 언제나 따라붙는 신원조회라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그때 부모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결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채옥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가 유일민의 앞으로 도착하고, 채옥의 임신과 유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일민은 그녀가 생명처럼 모아온 거금의 송금환을 받고, 서동철의 제안에 따라 작은 술 도매상을 시작하게 된다.


제6대 대통령으로 재집권한 박정희는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미군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등으로 조성된 반공정세를 이용하여 장기집권을 위한 3선개헌을 날치기로 통과시킨다. 이후 ‘군대식 날림’이 원인인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으로 박정희정권은 점점 민심을 잃기 시작한다. 박숙자의 남편 원병균 기자는 군인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군 출신들이 국가와 사회의 거의 모든 조직을 장악한 현실과, 전시행정을 노리는 박정희정권의 적당주의를 온몸으로 체감한다.


경제발전의 물결을 타고 번창 일로에 있는 일류회사에 입사한 허진, 고등고시를 포기하고 햇병아리 기자가 된 이상재,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최주한. 그러나 유일표는 넝마주이들과 함께 재건대에서 생활하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사회진출이 막힌 채 일찌감치 꿈을 접어버린 청춘의 좌절과 체념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스테인리스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오른손을 다친 나복남은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와 아무런 보상이 없는 무자비함에 분노한다. 복수의 기회만을 엿보던 중 그는 여동생 나윤자로부터 노동자의 예수 전태일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내 목숨을 헛되이 말라”는 말을 남기며 분신자살한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 나복남은 자신과 같은 일개 노동자의 삶과 생각이 그토록 다를 수 있다는 데에 크나큰 충격을 받는다.


제7대 대통령선거가 시작되고, 전라도 민심은 박정희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더구나 김대중 후보가 ‘박 정권이 영구집권을 위한 총통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는 폭탄선언을 터뜨리면서 그전의 대통령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개표 결과 경상도와 전라도의 표가 두 후보를 따라 칼로 무 썰듯 양단으로 갈라진 것이다. 지역감정의 태동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잇따라 서울대생들이 부정선거 규탄데모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제3부 「불신시대」 (7∼10권)
술 도매상을 하던 일민은 조총련계의 남자로부터 아버지의 편지를 가져왔다는 소식을 접한다. 집안식구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만남을 거절하지만 며칠 뒤 수사기관에 끌려간 일민은 간첩행위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조당하며, 그의 사업밑천이 공작금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게 된다.


1972년 8월 3일, ‘기업 사채 긴급 동결령’인 8·3조치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무렵 임상천 사장은 동업자인 정동진을 배신하고 비밀리에 공장을 처분하는 등 이민 준비에 열을 올린다. 이민을 거절하는 딸 채옥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준 황 집사. 그 돈은 유일민의 새로운

사업자금으로 쓰이게 된다. 한편 임상천에게 배신당한 정동진은 아내마저 위암으로 쓰러지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자 급기야 임채옥의 아들을 유괴하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소신 있는 젊은 야당의원들이 뇌물수수라는 정치조작극으로 대거 수난당하고, 언론자유투쟁을 벌이던 기자들이 신문사에서 쫓겨나던 시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마저 결렬된다. 일민의 어머니 해촌댁은 충격을 받고 쓰러져 세 자녀에게 아버지를 원망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한편 유일표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피신중이던 서경혜와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여동생 선희는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출가를 위해 집을 떠난다.


한편 긴급조치 9호가 숨통을 옥죄어오는 때 뜻을 모아 ‘물결출판사’를 차리게 된 퇴직기자 이상재와 원병균. 그러나 막상 출간한 책이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자 난데없이 베껴먹기식 출판물이 등장하여 앞을 가로막는데…….


술상무로 일하던 임채옥의 남편은 급기야 간암으로 쓰러져 운명을 달리한다. 곁에서 오래도록 그녀를 지켜보던 일민은 이윽고 용기를 내어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도시산업선교회에 몸담은 유일표가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어 몸을 피하던 중, 일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 소식을 접하고 다시 서울로 향한다.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을 향해 군부대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신문들은 나흘 만에야 18일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계엄사가 발표한 내용대로 옮겨 싣기에 이른다. 세간에는 계엄군인 공수부대가 광주에서 저지른 잔인한 짓들이 소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뜻을 모은 유일표와 이상재, 그리고 원병균은 한강을 가로지르는 기차를 타고 의문에 휩싸인 광주를 향한다.

 

 

# 이해와 감상
『한강(漢江)』은 작가 조정래가 이루어낸 세 번째의 대작이다. 이 소설은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앞세운 조정래 문학의 거대한 산맥과 이어지며 그 절정에 해당한다. 『태백산맥』이 우리 민족의 이념적 갈등과 분열과 대립을 그려냈다면, 『한강』은 우리 민족의 현실과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아리랑』이 민족사의 고통과 그 극복을 그려냈다면, 『한강』은 민족적 삶의 진정한 모습을 전체적으

로 구현하고자 하는 의욕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대하소설 『한강』은 민족의 삶의 현실을 떠나서는 그 소설적 주제와 인물의 형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을사보호조약 체결부터 해방기까지 수난의 역사를 다룬 『아리랑』,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휴전기까지 분단의 역사를 다룬 『태백산맥』, 여기에 분단의 이후부터 80년대까지를 다룬 『한강』까지 한국근현대사의 3부작이라 할 만큼 거대한 소설들이다. 그 중에 『한강』은 그 마지막 마무리 소설로써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끼워 넣는 의미 깊은 대하소설이다. 마침내 조정래 작가는 『한강』집필을 마치는 것으로 결국에는 “한민족 100년사를 소설로 완성하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마무리한 셈이다.


대하소설 『한강』은 4·19 전야인 1959년부터 80년 광주항쟁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분단과 경제발전의 시대에 고통스런 몸부림으로 뒤엉킨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를 찾기 위한 긴 여정인 셈이다. 그 시대를 살아온 ‘평범한’ 유일민·일표 형제. 그들은 분단과 이념 대립이 초래한 반인간적 폭력의 한가운데를 살아간다.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취직도 결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툭하면 기관에 끌려가 협박과 고문을 당해야 하는 형제는 반공 이데올로기의 ‘한강’시대를 건넌다. 도도한 흐름 속에서 민족의 삶의 다양한 모습을 비춰준다. 그리고 통일 시대를 향한 민족의 비전을 그 폭과 깊이만큼 무게 있게 제시한다. 또한 이 소설은 역사의 주인공이며, 가장 큰 피해자들이기도 한 서민들의 삶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우리들을 잠깐이라도 그 시대로 돌아가게 만든다.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방대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10권의 대하소설이라는 점을 상실케 해 한 권인 듯 단숨에 읽어 내리게 하는 마법 같은 글쓰기 솜씨에 감탄하고야 만다. 그리고 생생히 살아 숨쉬는 것같이 인물들을 묘사하는 솜씨란 그 인물과 함께 숨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4·19, 5·16, 유신,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 현대사를 그리고 있는 『한강』은 유일민과 유일표라는 형제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삶에 투영하여 어두웠던 우리의 현대사를 보여준다. 형제는 월북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분단의 비극을 제 몸으로 겪으며, 그들의 친구들은 삐뚤어진 야망에 사로잡혀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불행한 노동자로 전락하고 만다.


소설은 이들 유일민, 유일표 형제가 한강철교를 건너 서울로 입성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 기차 안에는 두 형제만큼이나 큰 꿈을 품고 가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한강』에서는 아주 가난한 계층의 서민들의 인물에서부터 시대에 따라 새로운 권력에 빌붙으며 살아가는 출세 지향적인 고위층 인물들까지 다루고 있다. 사회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난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나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 까지 권력의 세력 안에 들어가려는 인물들이나 모두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상황의 희생물이 되어간다. 부푼 꿈을 가지고 한강을 건너온 이들의 파란만장하고도 안타까운 앞으로의 날들이 각각의 인생로를 통해 펼쳐진다.


분단의 비극으로 ‘연좌제’라는 족쇄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어 꿈 많은 청년들을 그 시절의 꿈들을 잃어가게 만든다. 또한, 가난한 가정들의 가장들은 이것저것 어떤 일이든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 해보지만, 서울이라는 곳에서의 생활은 메마르기만 하다. 이러한 서울의 생활이 돈 많이 벌어 고향에 돌아가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소박한 사람들의 꿈마저 앗아가 버리고 만다. 이들의 인생로를 따라가며 그들과 함께 웃고 그들과 함께 울게 만드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도에 얽매여 힘들게 살아가고 가난에 허덕이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가진 자들을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더 가지지 못해 욕망만 부풀릴 뿐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권력에 눈이 멀어 자기 자존심은 물론이고 자신의 감정도 버리고, 자신의 가족들까지도 외면해 버리는 인물을 통해서 어둡고 잔인한 한 시대가 사람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지 우리는 똑똑히 볼 수 있다.


『한강』은 앞에 쓰여 진 두 소설보다 가장 현대적이다. 그런 만큼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리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정래 작가는 탁월한 역사의식과 어느 한쪽에도 기울어지지 않는 현명함으로 현대를 잘 그리고 있다. 그 역사 속에서 숨쉬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며, 그 시대 그 사건 속에 있으면서 겪어야만 했던 고통과 애환, 그리고 두려움과 분노를 읽는 사람 또한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렇지만 『한강』이 현대사를 다룬 무거운 책이라고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60, 70년대의 전차, 통금시간, 장발 단속 등의 추억거리를 묘사하는 것과 인물들의 내면 묘사는 책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며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노동자들과 노동법에 관심이 많았던 유일표와 그의 친구들이 광주로 가기 위해 한강을 다시 넘어오는 장면으로 이 소설은 막을 내린다. 어린시절 두렵지만 형과 함께 희망을 가지고 건너갔던 한강이었지만, 서울에서의 삶은 생각하기 싫은 정도로 힘든 삶이었다. 유일민, 유일표 형제뿐만 아니라 희망을 품고 한강을 건너갔던 많은 사람들은 목숨까지 잃는 혹독함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들이 쉽게 다시 한강을 건너와서 고향으로 가지 못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버리지 못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희망의 줄기가 썩어 이미 힘이 없는 줄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어쨌든 결말은 그 혹독한 감시와 탄압을 뚫고 일민과 임채옥이 끝끝내 사랑으로 결합한다. 그러나 『한강』은 단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또 다른 무수한 이들 ‘형제’들이 노동과 희생을 통해 경제를 이룩해냈고 그 열매를 기득권자들이 독차지해온 현대사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좌절하고 파멸해 가던 그들은 그러나 저 유유히 흐르는 한강처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끝으로 제1부 「격랑의 시대」, 제2부 「유형의 시대」, 제3부 「불신의 시대」 총3부로 구성되어 있는 『한강』은 시대의 흐름에 의해 각각 인물들의 인생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잘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시대적 사건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한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의 모습까지 그려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가져본다.

 

 

# 핵심 정리
·갈래 : 장편소설, 대하소설
·배경 : 공간-서울 중심의 한반도
        : 시간-1950년대 말에서 1980년 광주항쟁 초입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제재 : 이승만정권, 연좌제, 4·19, 5·16, 10월 유신,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주제 : 다사다난하게 굽이쳐온 우리 민족의 현대사와 장대한 한강의 물줄기처럼 뻗어나갈 민족의 미래.
·출전 : 《한겨레신문》 1998년 5월 15일부터 연재 시작
        : 『한강(漢江)』 2002년 2월 탈고, 전10권으로 출간(도서출판 해냄)

 

 

# 작품 구성
※제1부 「격랑의 시대」, 제2부 「유형의 시대」, 제3부 「불신의 시대」 전3부로 구성되어 있다. 대하소설 『한강』에는 4·19, 5·16, 10월 유신,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 지난 반세기를 굽이치게 만든 역사적 돌출과 전환점이 다 담긴다. 개발 독재, 급속한 경제성장, 빈부격차, 산업화의 그늘 등 사회적 병리도 가감 없이 묘사된다. 작가는 철저하게 발로 취재하고, 자료로 고증한다. 정확한 고증 사료와 엄숙한 역사의식, 치밀한 구성과 흡인력이 잘 조화된 대작이다.


『한강』의 제10권 마지막 장의 제목은 ‘광주를 향하여’이다. 노동운동가로 성장한 유일표와 해직기자 이상재·원병균이 광주 5·18 소식을 듣고는 서울역에서 광주로 내려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런 결말은 고향을 떠난 일민·일표 형제가 한강 다리를 건너 서울로 올라오는 소설 첫 장면에 대비되는 것임과 동시에, 『한강』 전체를 1980년대를 향해 열어놓는다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작가는 본래 『한강』에서 1980년대 전체까지를 다룰 예정이었지만, ‘80년대에 대한 객관적 거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이야기를 80년대 벽두에서 멈추었다. 그럼에도 5월 광주의 학살과 항쟁으로 문을 연 1980년대가 그 뒤 우리 사회의 진행에 막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뜻을 『한강』의 결말은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 등장 인물
※500여명에 가까운 인물이 등장하고 70∼80여명의 역사의 질곡을 누빈다. 『한강』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들은 그마만큼 리얼리티를 충실하게 전달한다. 이들은 이름만 가공일 뿐, 사실상 우리 근현대사를 써온 민중 그 자체를 대변한다.


·유일민 : 연좌제의 비극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주요인물.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이유 하나로 공부를 잘하는데도 사회생활을 할 기회를 상실당한다. 임채옥과 사랑하는 사이고 나중에 임채옥하고 맺어진다. 자신의 처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현실에 적응하여 살아간다. 장남 콤플렉스를 지닌 전형적인 인물이다.
·유일표 : 유일민의 동생이고 아버지의 월북으로 망가진 형의 인생을 보고 자신의 인생을 빨리 포기한 인물.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으며 야학의 선생으로 활동하였다.
·혜촌댁 : 유일민, 일표 형제의 어머니. 남편의 월북으로 아들들에게 죄지은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 평생 자식들을 위해 일하다 죽는다.
·김선오 : 유일민의 선배이며 강기수의 도움으로 검사가 된다. 장남으로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사람. 기회주의자이며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인물 유형이다.
·이규백 : 유일민의 선배이며 김선오와 같이 사시를 공부에 일년 먼저 검사가 되었다. 그 역시 김선오처럼 장남으로 부담이 심했으나 기회주의적은 모습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자신에 대한 괴리감을 많이 느껴 나중에 검사를 그만둔다.
·강숙자 : 강기수의 딸. 자신의 아버지를 싫어하고, 김선오와 이규백을 경멸한다. 유일민과 유일표 형제를 좋아한다. 특히 유일표에 대해서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유일표를 많이 도와준다.
·박영자 : 강숙자의 친구. 아버지가 박부길, 오빠가 박준서다. 김선오가 사시에 붙기까지 연인이었고 역사학과 출신, 결국 원병균과 결혼한다.
·강기수 : 국회의원이며 친일파. 유일민의 아버지와 친구였으나 친구를 배신한 사람이다. 김선오와 이규백 등 자신의 지역구 출신 청년들의 공부를 도와줘 나중에 이를 이용한다. 전형적인 친일 기회주의자이며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다.
·안경자 : 강숙자의 친구, 아버지가 안종원이며 부녀가 모두 의사이다. 안경자는 김선오와 혼담이 오가나 김선오와 박영자의 관계를 알고 신지훈과 결혼한다. 남편이 바람난 후, 산부인과 의사로 아들과 둘이 살아간다.
·안종원 : 안경자의 아버지. 김선오를 사위로 생각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다. 아들과 딸을 구별하지 않고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아버지.
·월하댁 : 김선오의 어머니
·해남댁 : 이규백의 어머니
·이규동 : 이규백의 동생. 학생운동하다 잡혀간다. 형의 우유부단한 시국관과 기회주의적 태도에 반향이 크다.
·홍석주 : 강숙자의 남편이자 강기수의 사위. 판사이나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한 것을 강기수는 못마땅해한다.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고 김선오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법조인이다.
·박준서 : 박영자의 오빠. 대학 때 학생운동에 나섰던 사람이지만 결국 아버지 박부길의 사업에 뛰어들면서 세속적인 것에 물든 변질자의 전형이다.
·박부길 : 박영자, 준서의 아버지. 호색한으로 허미경에게 애를 낳게 한다. 갑부이며 사업 수단이 좋아 회사를 크게 만든다. 의식 있는 기자 사위, 원병균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신지훈 : 안경자의 남편. 역시 의사이다. 안경자와 결혼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갔으나 바람이 나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한인곤 : 예비역 대령이며 광복군 출신이라는 이유로 예편당한다. 국회의원이 되어 청렴한 생활을 하지만 결국 기관에 의해 자신의 의지를 꺾기고 여당의원이 된다.
·한정임 : 한인곤의 여동생이며 양용석의 부인. 욕심이 많아 남편을 장군으로 승진시키고자 윗줄을 댄다.
·양용석 : 한정임의 남편. 육군 장군이 되었다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로 예편당한다. 결국 윗줄에 버림받고 사업을 한다.
·남재구 : 한인곤의 군대동기. 한인곤의 국회의원 참모였으나 여권의 회유에 돌아섰다. 여권의 실세가 된다.
·정동진 : 한인곤, 남재구와 군대동기이며 육군 소장까지 지내다 예편한다. 임상천에게 배신을 당하나 한인곤의 도움을 받는다.
·원병균 : 박영자의 남편이고 기자. 장인과 친구이자 매제인 박준서를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특히 박준서에 대해서는 변절자라고 생각한다. 재벌 사위라는 의식이 없으며 언론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다.
·송동주 : 김선오의 고향 친구. 권력욕이 있으며 기회주의자이다. 새마을 운동으로 한 몫 잡으려고 한다.
·황동일 : 문태복의 친구로 같이 베트남에 갔다. 호색한으로 베트남 여자를 임신시키고 도망친다.
·문태복 : 베트남전에 가서 큰돈을 모으려고 했으나 노름에 빠져 돈을 벌지 못하고 돌아온다. 결국 중동에 진출해서 돈을 벌지만 담석에 걸려 귀국한다. 천두만 나삼득과 같이 노동일을 했다.
·임채옥 : 임상천의 딸. 유일민과 사랑하는 관계이며 유일민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많이 준다. 남편과 사별하고 유일민과 다시 결혼한다.
·임상천 : 임채옥의 아버지. 월남한 사람으로 공산주의를 경멸해 유일민을 끔찍하도록 싫어한다. 정동진과 동업을 하다가 사기치고 미국으로 도주 이민간다.
·임호태 : 임상천의 아들. 임채옥의 동생. 유일민이 과외를 가르쳤다.
·서동철 : 유일민의 고향친구. 유일민처럼 아버지가 월북하였다. 주먹패로 일찍 빠져 알아주는 주먹패가 된다. 유일민과 유일표를 많이 도와주나 결국 서로 연락을 끊는다.
·허진 : 유일표의 친구. 할아버지가 만주 독립운동가였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공장에 다녔으나 결국 재건대의 도움으로 대학을 나와 대기업 실장이 된다. 이후 노동운동을 하는 유일표와 대립하기도 한다.
·허미경 : 허진의 동생이다. 유일표가 강숙자에게 부탁해서 박부길의 비서로 일하게 되었으나 박부길의 아이를 낳고 박부길에게 애를 빼앗기고 혼자 산다. 허진의 친구인 이상재과 사랑하는 사이다.
·이용진 : 재건대 대장. 허진과 유일표를 도와준 사람으로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
·서경혜 : 유일표의 부인. 재건대의 야학 선생으로 학생운동을 하다가 쫓겨 유일표의 도움으로 피해다니다가 유일표를 사랑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일한다.
·김명숙 : 김선오의 동생. 가출해서 공장 여공으로 살다가 유명 디자이너가 된다. 오빠의 엘리트 의식을 싫어한다.
·김선태 : 김선오의 남동생. 사시를 공부하다가 실패를 비관하고 자살한다.
·김광자 : 김선오의 동생. 독일에 간호원으로 가서 의사공부를 하다가 병에 걸려 귀국한다. 결국 간호사로 생활한다. 실질적으로 가족의 생활을 책임진다.
·박보금 : 김명숙의 친구. 같이 여공 생활을 하다가 화류계에 입문해서 술집 마담이 된다. 김명숙이 디자이너로 유명해지는 것을 도와준다.
·배상집 : 유일민과 함께 독일 광부를 지원해 혼자 독일에 간 사람이다. 유일민을 도와주기로 했으나 모른척한다. 독일에서 박사박위를 받고 돌아와 교수가 되지만 기관의 프락치가 되어 학생들을 밀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나삼득 : 천두만과 같이 서울 막노동 인생을 하는 사람. 석탄 서리하다가 죽는다.
·천두만 :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살이하는 막노동 인생이다. 그의 일생을 통해 『한강』에서의 서민의 생활을 볼 수 있다.
·천칠성 : 천두만의 아들로 공업학교를 나와 취직한다.
·이상재 : 유일표의 친구. 허미경을 사랑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다. 원병균과 뜻이 맞아 의식 있는 기자 생활을 한다. 언론탄압으로 해고당한 뒤 원병균과 출판사를 차린다.
·최주한 : 유일표의 친구. 엘리트 길을 걸었지만 사회생활 도중 엘리트의 길에서 벗어나게 되어 중동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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