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틈, 사이

Peter Hong 2020. 2. 4. 10:26

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

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

 

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

 

그 사이에

뜨거운 불김을

불어넣었으리라.

 

얽히고 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

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 있어

 

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는 게다.

 

틈 사이가

고울수록

깨어져도

찻잔은 날을

세우지 않는다.

 

생겨나면서

미리 제 몸에

새겨놓은

돌아갈 길,

 

그 보이지 않는

작은 틈, 사이가

찻물을

새지 않게 한단다.

 

~ 복효근 / 틈, 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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