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
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
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
그 사이에
뜨거운 불김을
불어넣었으리라.
얽히고 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
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 있어
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는 게다.
틈 사이가
고울수록
깨어져도
찻잔은 날을
세우지 않는다.
생겨나면서
미리 제 몸에
새겨놓은
돌아갈 길,
그 보이지 않는
작은 틈, 사이가
찻물을
새지 않게 한단다.
~ 복효근 / 틈, 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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