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인생은 결국

Peter Hong 2018. 11. 30. 09:55

인생은 결국,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다,

 

출근길이었습니다. 그날로부터 일주일쯤 뒤엔 짧은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6개월 동안 함께 한 주니어보드 후배들의 수료식을 앞둔 시점이었고, 제게 한 시간 정도가 주어졌죠. 기왕이면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문득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난다면 나는 무슨 얘기를 건네고 싶을까?

 

그렇게 고민하며 걷던 출근길이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변화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의욕은 넘치는데 능력은 부족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선배가 쓴 카피가 카피라이터인 내 것보다 훨씬 좋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내게 정말 카피라이터서의 재능이 있는 걸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 생각보다 울렁증이 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글을 쓰는 카피라이터는 할 수 있겠지만,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할 수 없겠구나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 고비를 넘어 여기까지 왔나 생각하다 보니, 머릿속에 문장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인생은 결국,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다.」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거나, 배우자를 잘 만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인생’은 좀 더 좁은 의미입니다. 사람의 ‘생각’도 태어나고 자라서 성숙한다고 보면, 여기서 제가 말하는 인생이란 ‘생각의 인생’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던진 한마디가 머릿속에 깊숙이 박히고, 그것이 방향타가 되어 내가 생각하던 방향과 방식이 서서히 바뀌던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살면서 인생의 몇몇 지점에서 깊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니 제가 조금씩 변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남 뒤에, 성장이 있던 거죠. 똑같은 흙을 사용해도 그것을 매만지는 도공의 손길에 따라 도자기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처럼, 누군가와의 만남은 천천히, 하지만 결정적으로 저를 바꿨습니다.

 

『생각의 기쁨』 유병욱 지음, 북하우스 중에서,

 

~고성은 건국대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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