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계절

Peter Hong 2018. 11. 19. 10:03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

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동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 나태주 / 내가 사랑하는 계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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