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Poems

초혼/김소월

Peter Hong 2014. 10. 3. 18:23

초혼(招魂)/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해설)

1973년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산 시집이 바로 김소월 시집이었다. 그때 읽게 된 ‘초혼’이라는 시,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읊조리는데 왠지 시가 마음에 와 닿았던 기억이 난다

 

‘초혼’은 글자 그대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혼을 부른다는 의미로 소월이 설움에 겹도록 부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오순"이라는 이름의 여인이었다.

 

소월은 십대 초반에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3살 위의 여자 오순을 만나게 된다. 둘의 관계는 친구 사이의 우정에서 이성 간에 느끼게 되는 사랑으로 발전하고 둘은 남산에 있는 냉천터 폭포수 아래서 몰래 만나기를 즐겨했다. 지금 남산에 소월 시비가 있는 이유도 소월이 남산에서 학교를 다녔고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평탄치 않았다. 소월의 할아버지가 친구의 손녀 홍실단과 정혼을 약속했기에 소월은 14세가 되던 해 할아버지가 정혼한 대로 맘속에는 오순에게의 사랑을 간직한 채로 홍실단과 혼인을 할 수밖에 없었고 소월과 오순은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만다. 예전에는 왜 이렇게 타의에 의해 맺어지지 못하는 일이 많았는지....

 

오순은 소월이 19세가 되던 무렵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그녀의 결혼은 불행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의처증이 심했고, 그로 인해 오순은 남편으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받아야 했다. 그러던 중, 소월이 22세 되던 해 오순이 세상을 떠난다. 그녀는 대꼬챙이처럼 말라죽었다고 하는데 이는 소월에 대한 상사의 아픔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로부터 2년 후 소월은 시집 "진달래꽃"에 <초혼>을 발표한다. 소월은 시 속에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찢어지는 마음을 달랠 길 없는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른다.

 

시 속의 표현 중, ‘하늘과 땅 사이’는 삶과 죽음은 갈라져 있어 살아 있는 사람의 외침은 떠나간 사람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는 의미겠지.

그래도 그 외침을 멈출 수 없는 건 그만큼 남은 자의 상실과 절망의 아픔이 크다는 뜻이겠고, 그 절망을 견디지 못했는지 소월은 33세가 되던 해 아편을 먹고 자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