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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건강 해치는 소음(騷音)

Peter Hong 2013. 7. 28. 19:18

 

소리 없이 건강 해치는 소음(騷音)

 

 

소리 없이 건강을 갉아먹는 존재가 바로 소음(騷音)이다. 소음의 사전적 의미는 불쾌감을 유발하는 소리. 그러나 의학적으론 불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강도의 소리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인간의 귀는 2백만 연전 인류 탄생 당시 기껏해야 동물의 울음소리가 전부인 원시 밀림의 환경에 알맞게 유전자가 형성돼 진화해 왔다.

하지만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화로 인간의 귀가 감내해야 하는 소리 에너지는 최소 1000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2002년 미국 어린이 100명 중 12명이 소음성 난청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적으로 1억2000만 명이 소음에 의한 건강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최근 사상 최초로 전북 군산 미 공군 기지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군용기 소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된 바 있다.

소음의 직접적 피해는 귀에서 나타난다. 소음 때문에 듣지 못하는 이른바 소음성 난청이다. 기준은 75DB이다. 고함소리가 오고 가는 시끄러운 곳이나 버스정류장 부근이 75DB에 육박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매일 8시간 이상 있게 되면 소음성 난청에 걸릴 수 있다.

소리를 듣는 기간보다 소리의 강도가 더 해롭다. 단 한차례라도 120DB 이상의 고강도 소음에 노출되면 난청이 생길 수 있다. 110DB에서 1분 이상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영구적으로 청력이 소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0DB에서 귀마개 등 보호 장치 없이 15분 이상 노출되거나 90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청력이 떨어진다.

DB(데시벨)은 소리의 단위로 10 단위씩 증가할 때마다 귀에 가해지는 소리 에너지는 10배씩, 귀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소리의 강도는 2배씩 높아진다.

소음은 귀 뿐 아니라 신체 전반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숙면을 방해하며 불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잠자리에선 35DB의 작은 소음도 다음날 불쾌감을 높이며 업무능률이나 학업능력을 떨어뜨린다. 혈압을 올리며 위액 분비를 줄여 소화를 방해하고 혈중 마그네슘의 농도를 떨어뜨려 심장병을 악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근육의 움직임 등 신체적 반응도 둔감하게 만든다. 85DB의 실험실에선 65DB의 실험실보다 연구원들이 비커나 플라스크를 잘 떨어뜨린다는 보고도 있다.

귀에는 같은 강도의 소음이라도 저주파보다 고주파가 해롭다. 바리톤의 저음보다 소프라노의 고음이 귀에 해롭다. 고음의 음악을 들을 땐 볼륨을 낮춰야한다는 뜻. 시끄러운 공장이나 비행장, 버스 정류장 등 소음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귀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귀마개는 귓구멍 뿐 아니라 귀 전체를 덮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어폰의 경우 가능하면 최대 볼륨까지 높이지 않도록 한다.

숙면의 경우 지속적 소리보다 간헐적 소음이 더 해롭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냉장고의 '웅'하는 소리보다 주기적으로 울리는 거실의 뻐꾸기시계 소리가 더 불면증을 유도한다. 이러한 간헐적 소음의 숙면방해 작용은 어린이보다 노인에게 심하게 나타난다. 새벽잠을 설친다면 거실에서 괘종시계나 뻐꾸기시계를 없애는 것이 좋다.

홍 혜 걸 <의사 ·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