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우리 아이들의 경쟁력

Peter Hong 2013. 7. 30. 16:08

우리 아이들의 경쟁력

 

요즘 어느 모임에 가도 입시 문제가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다. 한 모임에서 오갔던 얘기다.

현직 고교 교장이 “요즘 학생들 참 대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입시를 치러 내느라 몸은 지치고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아무 불평 없이 묵묵히 공부에 열중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참고 노력했던 고교 시절의 경험이 졸업 후 인생에 큰 자산이 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學力저하 심하지만 비관할 건 없다


이공계 교수가 말을 받았다. 그는 삼성전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대학을 거치지 않은 외국 대학 출신들을 신입사원으로 많이 뽑았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꿔 채용을 줄였다고 전했다. 유학파는 늦게까지 일하는 한국의 직장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국내파는 훨씬 헌신적으로 일한다고 했다.

좀 혼란스러웠다. 한국에서 입시는 ‘지옥’으로 불린다. 그래서 전교조 교사들이 ‘이 아이들을 어찌 할 것인가’라며 개탄조로 한마디 읊으면 정권의 입시 개입도, 대학 자율권 침해도 쉽게 정당화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입시는 ‘타도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시와 입시교육이 그렇게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국내 입시를 거친 젊은이들에 대한 다른 평가는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요즘 학생들의 경쟁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역시 학력(學力) 저하가 심각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가석학인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학기 공대 신입생에게 물리를 가르쳤다. 1987년부터 서울대에서 강의해 온 그는 5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요즘 신입생의 수학 과학 기초실력이 확실히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뛰어난 학생이 소수이지만 아직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인터넷 강국에서 성장해 정보를 다루고 종합하는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혹독한 시련의 과정을 거쳤다. 어느 나라 고등학생보다도 많은 공부를 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취업난에 맞서 학생운동 같은 것에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준비했다. 일단 ‘투자’를 많이 해 키운 아이들이다. 이들의 경쟁력을 지나치게 낮게 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현 시점에서 우리 교육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모두가 대학에 가려는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82%에 이르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그것도 다들 명문대를 원하므로 입시경쟁의 부정적인 면만 자꾸 부각된다. 둘째는 정작 공부를 꼭 해야 할 사람들에게 공부하지 말라고 정부가 앞장서 말리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일수록 최상위권 인재들을 치열하게 경쟁시키는 것은 누구보다 평등주의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는 이들 나라의 자구책(自救策)이다. 우리는 오히려 엘리트 교육을 경계한다. 누구나 대학 공부를 할 필요는 없지만 공부할 사람은 경쟁해야 더 나은 인재가 나온다. 대학들이 최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든 현 ‘로또’ 입시제도는 자해(自害) 행위다.


상위권 인재 가로막는 어리석음


우리 아이들의 경쟁력을 비관적으로 보고 싶진 않다. 인재의 유형,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미적분기호를 모르는 공대생들의 수학 과학 실력에서 나타나듯이 정책 실패로 인해 더 발전할 수 있는데도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학생이 너무 많다.

누가 봐도 잘못된 그런 정책들이 선진적이고 개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가 더 큰 문제다. 얼마 전 청와대 토론회에 나온 한 대학 총장은 “대학교육에서 학력보다 계층의 다양성이 더 중요하다는 게 오랜 소신”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학력이 우선이지 어떻게 다양성이 먼저인가. 어느새 ‘평등 코드’에 물들어 버린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