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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뛰는 삶

Peter Hong 2021. 1. 26. 11:59
한 청년이 현자로 소문난 왕을 찾아가서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저에게 성공의 비결을 알려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까?"
왕은 대답 대신 포도주를 한 잔 가득 부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포도주 잔을 들고 시장통을 한 바퀴 돌아오면 비결을 가르쳐주겠다. 단 포도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이 칼로 네 목을 벨 것이다."

바짝 긴장한 청년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복잡한 저잣거리를 한 바퀴 돌았고, 다행히 포도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청년에게 왕이 물었다.
"시장을 돌며 무엇을 보았느냐. 거리의 장사꾼들을 보았느냐. 술집에서 새어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었느냐?"
청년이 대답했다.
"포도주 잔에 신경 쓰느라 아무것도 보고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바로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확고부동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만 집중하면 목표 이외에 온갖 잡동사니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가슴 뛰는 삶을 살며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집중력은 하나를 열로 부풀린다. 레이저는 그 자체로는 몇 와트 안 되는 약한 에너지원이지만, 가늘게 집중시켜 지속적으로 쏘면 다이아몬드에 구멍을 내거나 암세포를 깨끗하게 없앨 수도 있다.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버린다는 뜻이다. 그러니 제대로 집중하기 위해선 버려야 한다.

성공의 비결을 물었던 청년은 포도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는 날엔 목숨이 날아간다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과 정신을 온통 포도주 잔에만 집중했다. 그러느라 그 시끄럽고 복잡한 시장통을 뚫고 지나가면서도 아무것도 보고 듣지 못했다.

한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나머지는 모두 버려도 좋다는 마음가짐, 그게 바로 집중력이다. 이야기 속의 청년처럼 목숨이 달린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면 당연히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 거기엔 버릴 수 있는 용기와 끝까지 놓지 않고 단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겠다는 집요함과 끈기가 필요하다. 반대로 엉뚱한 것에 집중, 아니 집착하다가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유리병 하나만 가지고도 손쉽게 원숭이를 잡는다고 한다. 일단 야생 원숭이가 많이 다니는 곳에 입구가 가늘고 몸통이 큰 유리병을 가져다 놓고 안에는 땅콩을 넣어둔다. 그러면 원숭이들이 지나가다 병 속에 들어 있는 땅콩을 보고 손을 집어 넣어 한 주먹 가득쥔다. 그때 숨어 있던 원주민 사냥꾼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와 원숭이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면 원숭이는 땅콩으로 불룩해진 주먹을 빼지 못하고 유리병을 질질 끌며  도망가고 결국 잡히고 만다.

땅콩 한 줌을 버리지 못해 잡혀온 원숭이들, 이 원숭이들은 서커스단에 팔려가거나 사람 대신 야자열매 따기에 동원된다. 사람들이 쫓아올 때 손에 움켜쥔 땅콩을 놓기만 했어도 쉽게 도망갈 수 있었을 것이다. 원숭이는 총명한 동물이기 때문에 땅콩 한 줌과 평생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본능에 굴복해버려 그 사실을 잊었을 뿐이다. 버리는 법을 모르면 우리도 어느 순간 잡혀온 원숭이 신세가 될지 모른다.

'삼망(三忘)'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는 가정을 잊고, 부모를 잊고, 자신을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장에서는 각자의 개인사정을 버리고 모든 병사가 오직 전투에만 집중해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도 너무 많은 것이 가득 들어차 있으면 속도가 점차 느려지다가 결국 시스템 전체가 멈춰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만가지 집동사니 정보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우리의 몸과 마음, 정신과 영혼을 꽉 채워버린다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져버리고 만다.
섬뜩하지 않은가? 그러면 정작 중요한 것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데 신경 쓰느라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뒤죽박죽 산만한 생활, 구심점이 없는 방만한 날들로 허송세월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득 찬 쓰레기통은 얼른 비우고 정신을 정화할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생의 대가들은 버리기에 능숙했다. '아쿠정전', '광인일기' 등을 쓴 중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루쉰은 의사의 길을 버리고 문학을 선택했다. 반 고흐 역시 목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화가가 되었으며, 고갱 또한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고단한 화가의 길을 택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일 수록 더 중요한 것을 더 많이, 더욱 과감하게 버렸다. 종교지도자나 독립운동가들처럼 선량하고 아름다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재산이나 권력, 지위, 생명까지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들은 웃으며 말한다. 버리고나니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버리는 것은 곧 새로운 출발이다. 위대한 성인이나 세상을 구한 영웅들도 처음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유혹에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목적이 그들로 하여금 그런 위대한 일을 해내도록 만들었다. 자선사업을 하라거나 무조건적인 희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목표 이외의 것들은 저절로 버려진다는 말이다.

'작심'은 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버려라. 방해가 될 만한 모든 것을 불태우고, 날려버리고, 파묻어라. 과거의 실수와 실패, 불행에 대한 집착과 자책을 날려버려라. 남의 시선을 끌기 위해 몸에 걸친 거추장스러운 물건들도 모두 불태워라.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줄줄 새어나가곤 했던 회원증과 신용카드를 모두 가위로 잘라버려라. 열등감과 우월감도 날려버려라. 사진들과 편지들과 서류들을 불태워라.

습관적으로 해왔던 모든 것, 애지중지 집착해왔던 모든 것을 파묻어라. 물러설 곳이  없도록 퇴로를 차단하고, 나쁜 보급로는 아예 폐쇄하라. 인생을 혼란스럽게 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을 삭제하라.
당신의 작심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