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매뉴얼과 융통성

Peter Hong 2020. 10. 12. 11:41
과거 일본에서 대지진과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방사능 공포 때문에 집을 나와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본인들은 35만 명, 세계 3위의 경제대국, 방재(防災) 선진국 일본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진 때문에 도로가 끊기고, 차량을 움직일 연료가 모자라 구호물자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 이유는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재해 대책 매뉴얼에 헬기를 이용한 구호품 투하는 없었기 때문이다.

멀쩡한 도로를 두고도 지자체가 발행하는 긴급통행증이 없어 구호물자와 유류를 실은 트럭이 며칠씩 발이 묶인 것도 매뉴얼대로 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초기 바닷물을 끌어다 원자로를 냉각시킬 엄두를 못 낸 것도 매뉴얼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총리의 지시로 바닷물을 동원했지만 매뉴얼에 얽매이다 금쪽같은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매뉴얼은 상황에 따라 양날의 검과 같이 도움이 되는 동시에 마이너스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매뉴얼은 어떤 의미에선 항상 극복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자각하며 활용해야 한다.

매뉴얼이 사람을 구속하는 명문화된 문서인 것은 확실하지만 때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매뉴얼의 내용을 한 번 몸에 익혔으면 그 배후에 있는 정신만을 기억하고 실제 언행은 그 목적 또는 필요에 의해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매뉴얼이다.

바둑에서 고수일수록 정석은 알고 참고하지만 그대로 두지는 않는다. 정석과는 다른 외부의 환경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옮겨온 글 -

♡ 동심동덕 (同心同德)

같은 목표를 위해 다같이 힘쓰는 것을 이르는 말로 서로 같은 마음으로 덕을 같이하는 일치단결한 마음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