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어른이 된다는 것
Peter Hong
2020. 7. 23. 01:35
다음은 이어령 선생님의 수필 가운데 일부분입니다,
제비 한 쌍이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아 먹이고 품어 주며 정성껏 길렀더니 다 자라서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다. 아비 제비가 슬퍼하자 어미 제비가 말한다.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우리도 그렇게 부모 곁을 떠나왔지 않아요.”
전설에서는 까마귀가 부모를 모시는 효자 새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동물의 세계에서는 부모를 공양하는 반포지효(反哺之孝)란 없다. 그리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버리는 것은 자식 쪽이 아니라 에미 쪽이다. 일정한 양육기간이 지나면 새끼와 정을 끊고 무자비하게 내쫓는다. 에미 곰들은 애지중지 기르던 새끼 곰이 크면 먼 숲으로 데려가 딸기를 따 먹고 있는 동안 버리고 온다. 자립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나마도 에미가 하는 짓이지 동물의 세계에는 부자(父子)관계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기 몸으로 자식을 낳아 기르는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는 애매하다. 혈액형이나 유전자 감식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물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다. 그래서 모자(母子)관계가 본능적인 것이라면 부자 관계는 문화적인 것이라고 한다. 인류학자는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그리고 인간만이 본능에 의존하지 않고 문화를 창조하게 된 것은 부(父)-자(子) 관계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한다.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법률적 장치나 가부장적인 가족제도 같은 것들이 모두 그렇다.
동물 중에서 가장 미숙한 채로 태어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다른 짐승들은 태어나자마자 걸어 다니고 제 힘으로 먹이를 구한다. 그에 비해서 인간은 태어나서 일 년이 지나야 겨우 일어서서 걸음마를 배우고 최소 삼 년이 지나야 제대로 숟가락질을 한다.
그러기 때문에 어머니는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인간의 미숙 출산 때문에 다른 짐승에는 없는 부`-`자 관계가 생겨난 것이라는 해석이 그렇게 황당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라캉의 정의대로 부(父)-모(母)-자(子)의 가족 삼각형의 독특한 인간의 문화적 조건과 환경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를 뜻하는 ‘부’(父)자가 도끼의 ‘부’(斧)자와 비슷하게 생긴 한자의 유래를 알 것 같다. ‘부’(父)자는 남자가 두 손에 도끼를 들고 서있는 현상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라고 한다. 어머니 ‘모’(母)자가 가슴에 있는 두 젖꼭지 모양을 표시한 것처럼 어머니는 자식에게 젖을 먹여 기르고 아버지는 도끼로 먹을 것을 잡기도 하고 침입자를 막아 처자식을 보호한다.
~고성은(건국대 의대 교수)~
제비 한 쌍이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아 먹이고 품어 주며 정성껏 길렀더니 다 자라서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다. 아비 제비가 슬퍼하자 어미 제비가 말한다.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우리도 그렇게 부모 곁을 떠나왔지 않아요.”
전설에서는 까마귀가 부모를 모시는 효자 새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동물의 세계에서는 부모를 공양하는 반포지효(反哺之孝)란 없다. 그리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버리는 것은 자식 쪽이 아니라 에미 쪽이다. 일정한 양육기간이 지나면 새끼와 정을 끊고 무자비하게 내쫓는다. 에미 곰들은 애지중지 기르던 새끼 곰이 크면 먼 숲으로 데려가 딸기를 따 먹고 있는 동안 버리고 온다. 자립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나마도 에미가 하는 짓이지 동물의 세계에는 부자(父子)관계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기 몸으로 자식을 낳아 기르는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는 애매하다. 혈액형이나 유전자 감식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물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다. 그래서 모자(母子)관계가 본능적인 것이라면 부자 관계는 문화적인 것이라고 한다. 인류학자는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그리고 인간만이 본능에 의존하지 않고 문화를 창조하게 된 것은 부(父)-자(子) 관계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한다.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법률적 장치나 가부장적인 가족제도 같은 것들이 모두 그렇다.
동물 중에서 가장 미숙한 채로 태어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다른 짐승들은 태어나자마자 걸어 다니고 제 힘으로 먹이를 구한다. 그에 비해서 인간은 태어나서 일 년이 지나야 겨우 일어서서 걸음마를 배우고 최소 삼 년이 지나야 제대로 숟가락질을 한다.
그러기 때문에 어머니는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인간의 미숙 출산 때문에 다른 짐승에는 없는 부`-`자 관계가 생겨난 것이라는 해석이 그렇게 황당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라캉의 정의대로 부(父)-모(母)-자(子)의 가족 삼각형의 독특한 인간의 문화적 조건과 환경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를 뜻하는 ‘부’(父)자가 도끼의 ‘부’(斧)자와 비슷하게 생긴 한자의 유래를 알 것 같다. ‘부’(父)자는 남자가 두 손에 도끼를 들고 서있는 현상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라고 한다. 어머니 ‘모’(母)자가 가슴에 있는 두 젖꼭지 모양을 표시한 것처럼 어머니는 자식에게 젖을 먹여 기르고 아버지는 도끼로 먹을 것을 잡기도 하고 침입자를 막아 처자식을 보호한다.
~고성은(건국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