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Hong 2019. 10. 21. 12:16

벌 한 마리

날아든 새벽녘

호박밭에

문을 두드린다.

 

덜 깬 잠

찌푸린 낯색으로

투명스럽게

꽃잎 펼쳐놓고

 

들어오든지

아님 딴 데로

가시든지

굳이 발목은

잡지 않는다.

 

늦은 발걸음

짐짓 알고

나선 호박꽃

 

훗날 풋 익은

열매로 내보일

부끄러운 양심을

눈감을 때.

 

운명의 결과는

순순히

받아들이면

 

그다지 속상할

이유는 없다.

 

~나영민 /

시인의 계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