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흘러갔으니 잊어버려라
과거는 흘러갔으니 잊어버려라, 미래에 희망이 담겨 있으니 그것을 잡아라,
- 찰스 R. 스윈돌
1.
70년 넘게 만나지도 못하고 소식도 듣지 못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여자 친구들과 동창회 모임을 갖는다면 어떨까? 다들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무척 궁금했다. 서로 알아볼 수는 있을까? 공부를 잘했던 아이도, 귀여웠던 아이도 모두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조금 두렵기도 해. 궁금하기는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네.”
그 친구의 말에 나 역시 공감했다. 만나는 순간, 어렴풋이 남아 있는 여자 친구들의 앳된 모습과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현실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인간은 나이가 들면 외모가 바뀌는 것일까. 세월이 흐르면 가까웠던 친구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외모가 바뀐다는 사실이 조금은 쓸쓸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만물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 않았던가.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 인생의 후반을 멋지게 만드는 지적 즐거움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위즈덤하우스, “세월의 흔적은 거스를 수 없다”, 中에서,
2.
제가 늙어간다는 사실을 특별히 체감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칭찬에 귀가 솔깃한 경우입니다. 요즘 부쩍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세상 이치를 잊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교회 《3부 성가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습니다. 성가대에 젊은 친구들이 부족하다며 “청년? 성가대원”으로 입단 제의를 받은 겁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부흥회 첫 날, 처음 뵙는 권사님 한 분과 나란히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여쭈시더니, 인상이 참 좋다고 칭찬해주시면서 혼자 왔는지를 여쭈시더군요. 감사 인사와 함께 “네” 하고 답을 드리자 대번에 “아내분은 아기 키우느라고 못 오셨군요!” 그러셨습니다. 그리고는 3부 성가대를 섬기시는데 젊은 친구들이 부족하다며 간곡히 입단을 부탁하셨습니다. 당시 본당의 조명 상태는 괜찮았습니다.
?
그 날이 군에 간 아들녀석 21번째 생일이었는데 차마 그 사실을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구요, 권사님 실망이 너무 크실까 염려되어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3.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잎 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끌어보려고 노력도 합니다. 지금부터 꼭 30년 전에 만난 참 착한 행님 덕분에 시간을 조금 되돌려도 봅니다. 솜씨 좋은 행님 덕분에 졸지에 “아기 아빠”가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