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남편과 아내 사이에 꼭 필요한 4가지

Peter Hong 2018. 2. 19. 09:52

남편과 아내 사이에 꼭 필요한 4가지,

 

혹시 다음 주에 A교수님을 뵈면 꼭 여쭤봐야 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연휴 동안 사모님과 잘 지내셨어요? 안 싸우셨어요?”

 

 

1.

자문회의 관계로 가끔 뵙는 교수님이 한 분 계십니다. 저보다 연배가 예닐곱 윗 분이십니다. 지난 주 함께 회의를 했는데, 뜬금없이 이번 설 명절을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고민이 많으셨습니다. 처음에는 장난 삼아 저를 놀리시는 줄 알았습니다. 아직도 살짝 헷갈리긴 합니다.

 

“고 교수는 사모님과 잘 지내세요?”

“네? 저요? 음… 그럭저럭 탈 없이 지내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교수님 왜요?”

“고 교수도 아들이 군대가 있으니 연휴 내내 사모님과 둘이서만 함께 있어야 하는데 걱정 안 돼요? 난 우리 집사람하고 어떻게 지내야 할지 심히 걱정이에요. 안 싸우고 잘 넘어가야 하는데…

 

2.

그날 회의 전에 서점에 들러 이번 명절에 읽으려고 구입한 책이 몇 권 있었습니다. 이중 하나를 꺼내 A교수님께 명절 선물로 드렸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란 책입니다. 그리고 간곡히? 부탁드렸습니다.

“교수님, 제 성의를 봐서라도 절대로 싸우시면 안 되세요. 그럼 파이팅!!!입니다”

 

3.

남편과 아내 사이에 꼭 필요한 4가지,

 

남편은 밖에서 돈을 벌어 오고 아내는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기르는 게 당연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를 낳든 안 낳든, 남편과 아내 모두 일을 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 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배우자가 자신을 뒷바침해 주길 바란다. 그러다 보니 결혼 후 집안일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아이는 어떻게 기를 것인가가 첨예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에서 고되게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와 청소를 해야 하며, 각종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공과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아이가 생기면 아이를 돌보느라 녹초가 되어 정작 배우자에게 내줄 시간이 거의 없다.

 

그처럼 대화가 사라진 채 눈앞의 문제들을 처리해 나가는데 급급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배우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지해 주는 내 편이 아니라 나에게 집안일과 육아를 다 뒤집어씌우는 웬수가 되어 버린다.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인 지영씨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왜 빨리 아이를 가지지 않느냐는 시부모님의 압박 속에 덜컥 임신했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그런 지영 씨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태어날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낳았는데, 정작 어느 누구도 지영 씨가 짊어진 짐을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지영 씨는 결국 남편에게 소리친다.

 

“그놈의 돕는다 소리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집안일과 육아는 여자의 책임이며, 남자는 그를 ‘돕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여자들은 제2의 김지영이 되지 않으려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해서 부부 사이의 갈등 요소가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녀의 차이, 시댁이나 친정과의 관계, 30년 이상 다른 문화에서 커 오면서 굳어진 서로 다른 생활 방식과 가치관 등 부부 사이를 갉아먹는 요인들은 무수히 많다.

 

정신분석 전문의인 나도 부부 사이를 힘들게 하는 요인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어떤 때는 결혼 생활이 너무 끔찍해서 그냥 다 집어치우고 도망가고 싶었고, 정말 이혼하겠다고 짐을 쌌던 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도망치지 않고 30년 넘게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오면서 깨달은 것은 아내와 남편 사이야말로 가장 가까우면서도 그만큼 먼 사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오묘한 부부 사이에서 아내와 남편이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⑴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⑵ 그럼에도 비난은 말 것, ⑶ 서로가 ‘여자’와 ‘남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⑷ 새로움의 힘은 세다, 그리고 하나 더, ⑸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임을 잊지 말 것.

 

『당신과 나 사이』, 너무 멀어서 외롭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 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법, 김혜남 지음, 메이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