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Hong 2017. 12. 6. 16:12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 오광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