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

Peter Hong 2017. 11. 23. 09:05

잘못 써내려온 문장이 있듯이

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

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

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

멀리 수평선 끝에서

평안해지고 마는구나.

 

잘못 쓴 문장이 있듯이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

 

- 송순태,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