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영감의 어원
지금은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같은 지위나 연령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아내를 지칭할 때 또는 아내를 '여보! 마누라'하고 부를 때 사용하고 있지요. 혹은, 다른 사람의 아내를 낮추어 부를 때(예를 들면 '주인 마누라') 등에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 '마누라'는 '마노라'로 쓰였는데, '대비마노라'와 같이 '임금이나 왕후에게 대한 가장 높이는 칭호' 또는 '노비가 상전을 부르는 칭호'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극존칭으로서, 높일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그리고 부르는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부르던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조선 후기 신분제도가 무너지면서 가정집의 부인을 지칭하거나 남에게 아내를 낮춰 부르는 말로 변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마님, 마눌같이 장난스럽게 줄여서 쓰기고 하는 마누라의 어원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저도 가끔 와이프를 마누라 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암튼 그렇게 부르면 친근함이 있지요.
이렇듯 왕실의 일가를 일컬었던 극존칭이 아내를 낮춰 부르는 뜻으로 전락한 것은 최근 백 년 사이의 일이며
마누라와 비슷하게 그 뜻이 전락한 단어로 ‘영감’이 있습니다.
영감은 본디 정3품과 종2품의 당상관을 높여 부르는 존칭이었습니다. 벼슬아치들을 통칭하는 것처럼 부르는 대감은 영감 이상, 즉 당상관 이상의 벼슬을 가진 이들을 부르는 존칭이었지요. 이처럼 벼슬아치를 높여 불렀던 말이 어쩌다 늙은 남편이나 늙은 남성을 일컫는 말이 됐을까요?
평균 수명이 40세였던 조선시대에 오래 사는 것은 큰 복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선 중기에는 8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벼슬을 내렸는데, 이 벼슬을 받은 노인들을 사람들은 영감이라고 높여 불렀습니다.
마누라와 영감, 영감과 마누라. 썩 기분 좋은 호칭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요즘은 부르는 사람도 불리는 사람도, 대부분 그 고귀함을 모르고 사용하겠지요.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