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s/나누고 싶은 이야기

7월의 시 모음

Peter Hong 2017. 7. 3. 15:28

?7월 -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7월 - 오세영

 

바다는 무녀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

산발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